‘광화문미술행동’ 온 차벽을 미술관으로 만들다

그림과 글씨로 광화문광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 ‘촛불은 국민의 명령이다’ 차벽프로젝트

2017-01-02     정영신 기자

광화문의 온 차벽을 미술관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광화문 미술행동’이 지난 31일 시민들의 염원을 그림으로 남겨 싸늘한 경찰차벽을 전시장으로, 두 번째 차벽프로젝트인 ‘촛불은 국민의 명령이다’를 진행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을 이끌고 있는 판화가 김준권씨는 시민과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면서 매주 주제를 선정하여 광화문광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펼친다고 했다. 억압적인 차벽의 순화를 위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민 누구나 그림이나 자기의 염원을 글로 남길 수 있다고 했다.

헬렌컬러는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져질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고 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는 우리가 다함께 할 수 있다는 광장문화를 새롭게 등장시켜 희망을 선물했다.

이날 ‘광화문미술행동’은 총길이 60m에, 서예가 여태명씨와 김성장씨의 서예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등 세대간의 벽을 없애고 각자 갖고 있는 염원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또한 ‘광화문미술행동’의 일원으로 사진가들이 모여 '정의로운 촛불행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어주는 '그 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판화가 이철수씨와 김준권씨의 작품으로 180×700cm 인증 샷 배경현수막이 만들어져,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민이면 누구나 촬영할 수 있었다. 다큐사진가인 조문호, 엄상빈, 정영신, 곽명우, 남준씨의 봉사로 시작되었지만 뒤이어 양시영씨와 하형우씨도 함께 했다.

‘그 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 인증샷 사진찍어주는 퍼포먼스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다. ‘광화문 미술행동’은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계속되므로, 인증 샷 초상사진 찍기도 계속되어야 한다. 처음 사진가들의 참여를 요청했던 조문호씨는 더 많은 사진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시민들은 광장문화를 경험하면서 ‘우리’라는 힘을 강하게 느꼈다. 양천구에서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박씨(38세)는 ‘뭉쳐야 산다’는 옛말이 지금 필요한 것 같다며 주말이면 광장에 나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림은 특별한 사람만 그리는 줄 알았는데 내 아이가 붓을 들고 참여하는 걸 보고 교육의 힘을 광장에 나와서 배워 잘 온 것 같다.’ 며 딸아이의 붓에 색감을 묻혀 주기도 했다.

요즘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가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면서, 거대한 광장의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다 함께 했던 시민의 목소리가, 민주주의를 우리삶속으로 끌어들였다. 2017년은 1987년 ‘6월항쟁’이 30주년을 맞는 해다. 6월 민주화항쟁은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우리나라에 정착시켰지만, 2016년 시민들이 광장에서 경험한 촛불집회는 ‘우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