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공연예술진흥법 제정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2017-06-05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국민이라고 규정한 것이며, 정치·경제·사회뿐만 아니라 문화에 있어서도 문화적 평등을 지향하는 문화국가임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 헌법 제9조에서도「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할 의무를 명문화한 것으로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국가에 관한 기본조항이 되고 있다.

또한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취임 선서에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되어있어 민족문화창달을 위한 대통령의 책무에 대하여 명확히 나타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민족문화창달을 위한 대통령의 책무는 단순히 정치적·도의적인 것이 아니라 헌법적인 책무로 이해하여야 한다.

여기서 전통문화란 무엇일까? 전통문화란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서 영속성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문화로서 한복·한식·한옥·한글·한국음악·한국무용·한국미술·전통적인 연극·의식과 의례·놀이 등을 지칭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전통문화를 계승시켜야 할뿐만 아니라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겠다.

전통문화의 계승은 그 전형을 그대로 계승하면 되지만,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 즉 전통예술의 현대화에 대해서는 그 해석에 많은 논란이 있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4자성어(四字成語)에서 찾을 수 있다, ‘법고창신’이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이다.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오늘날에 맞게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전통의 기반을 잃지 않아야 그 문화는 더욱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굳이 따져본다면 전통이라는 말이 과거의 뜻만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이고 미래로 갈 것을 뜻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전통문화는 영속성을 가진 문화이고 민족문화는 우리의 민족적 요소가 가미된 각종 종교와 사상, 세시풍속, 지역의 방언으로서 연속성이 있을 수도 있고 결여될 수도 있는 문화라고 차이점을 둘 수는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수많은 예술장르들 중에서 왜 헌법에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 부문에 대하여 국가적 책무를 강조하였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전통예술 영역이 국가와 국민의 자존 내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통예술 영역이 상업적인 이윤추구 원리를 적용할 수 없는 시장 경쟁력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이에 관여할 필요성이 있어 전통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소요예산을 적극 뒷받침하여야 하는 등의 헌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많은 법들이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대한민국예술원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예술인복지법’, ‘공연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인쇄문화산업 진흥법’, ‘공예문화산업 진흥법’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많은 법들 중에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창달’을 구현해내기 위한 법률이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간 ‘전통공연예술진흥법’ 등 전통문화와 직관된 법률이 상정되었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하였다.

이것은 헌법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구현해 내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전통공연예술진흥법’ 제정을 다시 논의해 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