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세월을 넘어선 지금의 이야기, 연극 '빨간시'

성상납 자살 여배우 사건과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다

2018-03-25     임동현 기자

극단고래의 대표작 <빨간시>가 4월,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 무대에 선보인다.

<빨간시>는 2011년 '혜화동 1번지'의 작은 공간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아르코대극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연장들을 거치며 팬들의 사랑 속에 극단고래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았고, 2017년 광화문 '블랙텐트'의 시작을 알린 첫 연극이기도 하다.

성상납으로 자살한 여배우 사건 이후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유력 일간지 기자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자신의 할머니 대신 저승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죽은 여배우의 삶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며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이 연극의 주요 내용이다.

7년 동안 <빨간시>는 사회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그에 대한 침묵이 재생산하는 폭력의 카르텔을 고발해왔지만 여전히 작품의 소재인 성상납 여배우 자살 사건과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극단고래는 "할머님들과 故 장자연의 고발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었다. 단단해 보이던 폭력의 카르텔이 소수의 용기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자신의 부당함을 알리는 개인의 목소리는 곧 할머니들의 아픔이자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한 한 여배우의 이야기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극은 상처의 폭로와 사회 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용서와 해원의 경지로 나아간다. 극중 할머니의 사랑은 곧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 자신의 망가진 삶에 대한 아픈 용서와 화해를 보여준다.

<빨간시>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던 이해성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으며 할머니 역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강애심을 비롯해 극단고래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공연은 4월 20일부터 5월 13일까지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