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문화로 들여다 보는 조명이야기]사람중심 미래의 도시조명

2018-04-01     백지혜 스튜디오라인 대표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1개의 광원을 사용하여 사방 1' (약30cm)의 박스에 지정하는 빛효과를 연출해보라는 과제였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박스의 스위치를 켠 순간 교수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가렸다.

내가 쓴 광원이라고는 10와트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의 촛대전구였는데 교수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인종차별? 이라는 생각까지 하며 울적해졌었다. 그 과제의 평점은 평균이하...

그 다음 DAYLIGHT 수업을 들으며 뭐가 문제였는지 알게 되었다. 자연광의 밝기에 익숙한 우리와 그렇지 못한 그들의 유전학적인 문제에서 발생된 문제였던 것이다. 1년에 100일 이상 맑은 하늘을 경험하는 우리와 대부분의 날에 흐림과 비를 경험하는 그들과 밝기에 대한 적응치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고 나에게 익숙한 밝기가 그들에게는 ‘해’가 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2년에 한번씩 독일에서 LIGHT & BUILDING이라는 조명박람회가 열린다. 광원, 조명기구 그리고 주변 조명기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사이다. 내노라하는 대형업체들의 신제품의 기술경향을 읽다보면 조명디자이너들이 사용하게 될 툴에 대한 앞으로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새로운 기법이나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빼놓지 않고 방문하곤 한다.

LED 조명기구가 처음 나왔을 무렵, 국내에서는 대기업에서 투자를 하라, 중소기업제품으로 남겨두자라는 갑론을박과 더불어 이것이 조명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이것의 광학적 특성을 어떻게 일반화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이미 박람회장에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LED에 의한 조명기구를 선보이며 LED에 대한 모든 걱정과 불만을 뒤로하고 곧 모든 일반광원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를 했었다. 결국 그렇게 되는데 4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올해의 이슈는 ‘SMART'와 ’GLARE‘라고 말할 수 있겠다.
LED 광원이 켬팩트해지면서 동시에 소비전력당 방출 광량을 높이려는 노력이 휘도(눈부심으로 이해해도 되겠다)를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밝기에 민감하고 적응된 밝음의 정도가 낮은 생활권의 사람들은 눈부심에 대한 불편을 없애는 것이 시장의 선택을 이끌어 내리라고 판단한 듯 싶다. 여기에서 그들이 택한 방법은 효율을 포기한 것이다. LED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줄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이슈 ‘SMART’ 는 우리가 아는 SMART와는 다른 이야기여서 흥미로웠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ENERGY SAVING을 하는 SMART가 아니라 사용자가 빛의 질-양이나 색-을 선택할 수 있는 TURNABLE SMART LIGHTING이 대부분의 조명기구에 적용이 되어 있었다. 약 5년전, 업무 효율향상을 위한 업무공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과제에서 조명조건 제어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었다.

종이를 이용하는 평면업무에서 모니터를 이용한 수직업무의 형태로 변화했지만 천정의 조명은 여전히 일률적인 밝기, 고효율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 나온 결과였으리라.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기준이 업무공간 조명에 유용하지만 언젠가는 바뀌겠지 했는데 이제 그 시간이 가까워 진듯하다.

지나친 비약일지몰라도 내가 판단한  두가지 이슈의 공통점은 이제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눈부심을 줄이고 조명의 질을 제어하는 것은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이며 이를 위하여 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덜 효율적인 조명기구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예측컨대 야간경관의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관이 주도하고 정책적으로 조성된 밤이 아름다운 도시, 볼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요구를 담고, 다양한 질의 이미지를 갖는 빛들이 가까이에서 역할하는 조명이 미래의 밤을 채우게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