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미학- 몸이 만드는 풍경 ,'송광익展'

11월 4일까지,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

2018-10-18     이은영 기자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송광익의 작품은 한지로 겹겹이 생성된 작은 공간들이 바람 불면 마치 풀잎처럼 누울 것 같다. 한지로 공간을 만들고 채색을 하고 물감이 뿌려지는 작업은 작가 송광익의 ‘지물(紙物)’의 시작일 뿐이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11월 4일까지 송광익 작가의 한지 예술인 ‘지물’시리즈를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송작가의 신작만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00호 대작 7점을 비롯해 총 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한지를 계속적으로 붙이는 작업의 결과물로 입체적으로 조형성을 형성해 보는 방향과 시선의 깊고 얕음에 따라 작품의 숨결이 달라 보인다.

송광익에게 한지가 갖는 사물성은 자연의 결을 담은 자연스러움과 역사성에 기인한다. 한지에는 태양 아래 바람의 일렁임과 함께 너볏이 대지의 숨을 담아 생명을 일궈 온 시간이 있다. 이러한 재료를 작가는 정밀한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않는다. 한지의 담담함을 담기 위해 채색조차 배면을 이용한다. 한지를 지탱하는 섬유질의 얽힘으로 색을 충분히 머금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빈자리를 굳이 색을 더해 채우려 하지 않는다. 한지의 고유한 결을 따라 예술이 머무는 자리를 더듬을 뿐이다. 그 한지는 떨림과 부딪힘 속에 살아 움직이는 기운생동이 느껴진다.

종이의 길이와 열림과 접힘, 찢김과 말림의 변주에 따라 창조적 작업이 탄생하게 된다. 반복과 반복 속에 각인된 흔적과 그 흔적이 만들어 내는 감각의 확장은 대범한 조형 공간을 구현한다. 무수한 반복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변주의 멜로디를 구상하며 자유로운 작품의 변형을 구사한다.

그의 작업은 단색화 혹은 미니멀아트 범주로 볼 수 있겠지만, 정신성이나 자기 초월성은 가지지 않고 물질성과 반복구조를 가진다. 작가의 순수한 손의 노동을 통해 고행에 가까운 제작과정을 거쳐 마침내 찾아오는 완성의 카타르시스가 또 다른 감각적 감동으로 다가온다.

송광익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교육대학원미술교육과, 일본 규슈산업대학(九州産業大學)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대구 삼보화랑첫 개인전을 비롯해 통인옥션갤러리, 맥향화랑, 봉산문화회관 그리고 갤러리888(규슈), 후지화랑(오사카), 구로카와Inn미술관(후쿠오카), 대구미술관 등에서 전시했다. (전시 문의: 02-733-4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