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시대정신 표현한 판소리 2인극 <두 여자의 집>

인천문화재단 콘텐츠 공모작, 인천직장여성아파트 역사의 뒤안길로...

2018-12-11     이가온 기자

지난 30년 간 여성 근로자들의 쉼터가 되어준 인천직장여성아파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 아파트에 거주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여자의 집 – 인천아파트를 기억하며> 공연이 지난 8일 인천 트라이보울에서 판소리 2인극으로 공연됐다.

인천직장여성아파트는 1989년 인천 부평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저렴한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2000년대 들어 부평산단의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입주 조건과 인원이 감소했지만, 최근까지 다양한 업종의 독신ㆍ미혼 여성근로자의 생활터전이었다. 지난 10월 말, 마지막 세대가 이사하면서 3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공연은 인천직장여성아파트 103동 205호, 그곳에서 만나게 된 우 연(배우 손은경)과 이지숙(배우 이해원)의 이야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로자 아파트라는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3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 인천직장여성아파트를 배경으로 그 시작과 끝에 서 있는 두 여자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마음으로 공간을 마주하며, 정든 곳을 떠나는 대필 작가의 아쉬움과 새집에 입주하는 어린 여공의 설레임을 국악뮤지컬로 표현했다.

제작은 판소리에 기반을 두고 동시대적 주제와 감성을 다루는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이 맡았으며, 임영욱이 연출하고 박인혜가 작창으로 참여했다.

<두 여자의 집>은 인천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이 「인천대표공연콘텐츠 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공연이다. 지난 해  7월 시놉시스 공모를 통해 인천 가치와 문화가 담긴 2편의 작품을 선정했고, 같은 해 11월에 쇼케이스로 선보인 후 작품의 내용을 수정ㆍ보완해 무대에 올려졌다.

원작자 노효신 작가는 “오늘도 집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영원한 집을 찾아 떠나는 인생 여정 속에서 오늘 하루, 옆에 있는 서로가 따뜻한 집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는 “80년대 산업화의 현장을 현대와 오버랩하여 리얼리티하게 그려낸 작품의 내러티브가 인상 깊었다” 며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전통설화나 역사문화를 통해 지역대표공연을 개발하고 있는데,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 속의 인천 이야기를 잘 담아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대정신을 관객들에게 울림이 있는 메시지로 표현했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공연을 주관한 이주영 인천문화재단 본부장은 “인천직장여성아파트라는 공간 속에서 시대가 다른 두 여자 이야기는 '룸메이트'라는 따뜻한 이름처럼 기억의 공간에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공연은 관객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의 매개체가 작품에 담겨있었다”라면서 “작년 공모에서 선정한 ‘두 여자의 집’과 ‘조병창’뿐만 아니라 인천의 문화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는 공연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의 문화브랜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함께 당선된 <조병창> 작품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인천에 있었던 군수공장 조병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독립군 이야기를 뮤지컬로 제작한 공연으로 오는 22일(토) 인천 송도에 위치한 예술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나, 사전예약은 필수다. 현재 티켓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인천문화재단과 트라이보울(www.tribowl.kr)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