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릉ㆍ령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4대강사업으로 취소될 위기

전병헌의원, 국감서 4대강사업 문화유산에 큰 영향 미칠 것이라 밝혀

2009-10-09     최정길 인턴기자

4대강사업의 졸속 추진으로 효종대왕릉과 세종대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지난 9일 문화재청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병헌(민주당) 의원은 4대강사업의 문화재 지표조사가 예년보다 하루 평균 30배나 넓은 면적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등 졸속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전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최근 3년간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총 139.321일 동안 하루 평균 32,000m2 조사한 반면 이번 4대강 문화재지표조사의 경우 총 310일 동안 하루평균 948.387m2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문화재지표조사보다 일평균 30배의 면적을 더 조사했다는 것으로 4대강 지표조사가 얼마나 졸속 조사였는지 보여준다고 전의원은 설명했다.

또 전병헌 의원은 “4대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매장문화재분과 위원에 비전문가가 4명이나 포함된 편향적 인사가 대부분”이라며, “‘4대강 살리기’라는 정치논리로 문화재 보호와 보존이라는 중대한 가치를 희생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고, 문화재에 관심없는 비전문가들의 결정으로 4대강 문화재지표조사가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전의원이 문화재청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정문화재가 총 188개로 이중 천연기념물이 2개, 국보 및 보물이 1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효종대왕릉과 세종대왕릉이 4대강사업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남한강에 계획된 여주보는 효종대왕릉으로부터 약 1.6km, 세종대왕릉으로부터 약 2.1km, 문화재구역으로부터 약 700m 이상 떨어져 있고, 세종ㆍ효종대왕릉 주변은 산림지역으로 형성돼 있어 보가 능 뒤쪽으로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에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전병헌 의원은 “지난 6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가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2006년 엘베강에 약 800m 길이의 다리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제외한 사실이 있다”고 제시하며 “‘4대강 살기기’ 사업이 우리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은 ‘드레스덴 엘베계곡’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이 직ㆍ간접적으로 소중한 문화유산 188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재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문화재청장은 4대강 사업의 즉시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최정길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