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53] 고창 선운사(禪雲寺)의 동백나무

2019-06-21     천호선 금천문화재단 이사장/전 쌈지길 대표

경기중고 친구로서 90년대 옥수동 아파트에 같이 살았던 전 고려대 불문과교수 김화영은 송창식이 작사작곡한 ‘선운사’를 즐겨 불렀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선운사에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김화영교수는 선운사 근처 태생인 서정주의 시 등 선운사를 주제로 한 시들을 모아서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제목의 시집도 편찬하였다.

지난 4월말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장을 거쳐 선운사를 둘러 보았다.  도솔산 계곡 옆으로 15분 정도 걷게되는 ‘선운사 가는길’은 인상적이었다. 동백나무숲은 대웅전 뒤편에 500-600여년 된 3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어 철망 밖에서만 둘러보는 한계가 아쉬웠다. 몇 년 전 강진의 다산 정약용 유배지 다산초당에서 부터 백련사까지 이어주는 동백나무숲길을 걸으면서 진초록색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떨어진 새빨간 동백꽃들이 땅을 가렸던 풍광이 떠올랐다.

송창식의 노래와 서정주의 시를 통해서 그리워했던 선운사를 잠깐 들린 것으로 만족시키기에는 정서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친구들과 다시 와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고창의 명물 풍천장어와 복분자주를 즐기고 같이 ‘선운사’를 불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