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면수건 하나로 하늘을 바치는 할매의 삶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2

2019-07-15     정영신 사진가
1989

곱게 묶은 깻잎단, 호박잎과 함께

면수건 한 장으로 하늘을 바치고

들풀처럼 앉아있는 할매를

만날 수 있는 곳이 5일장이다.

 

1988

보자기위에 하루치 삶을 펼쳐놓은 할매는

아는 이만 만나면 봉지에 호박잎을 넣어준다.

아직도 훈훈한 인정이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카메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잡아내지만

사람은 눈으로 보는 세계를 마음으로 느낀다.

 

1987

늦여름 장터에 가면 고추보따리가 사람보다 더 많이 나온다.

고추포대를 열어 고추하나를 질겅거리던 합천장에서 만난 박씨가

맵고 달삭한 맛이 없고 너무 싱겁데이,

고치를 덜 말랐나 좀 꼬꼬부리하네,” 트집부터 잡는다.

고추를 갖고나온 박씨영감이

그라마 한 근에 올매나 함니꺼?”

 

1989

오랜 시간 이들을 지켜보았지만

흥정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아 저울에

고추보따리만 달랑거렸다.

그래도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장에 갖고 나올 농산물이 많아

농민들에겐 오랜만에 돈을 만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