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집으로 가는 길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

2019-07-29     정영신 사진가
1988

장을 본 후,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고 지고 가는 장보따리 안에는

장터사람들의 소리와 색깔이 들어가 있고,

이웃동네 소문도 함께 들어가 있다.

1992

​집에 돌아가 장보따리를 풀면 방바닥에

장터소식이 질펀하게 눌러앉는다.

기천댁 셋째 딸이 선보았다는 이야기가

보따리에서 흘러나오자,

아궁이에 불을 때던 순덕이 부지깽이가 땅땅거린다.

1988

예전에는 장터에서 중매가 이루어졌다.

국밥집에서 막걸리 한사발로 사돈을 맺기도 했고,

우시장투전판에서 딸 내기를 해서 시집보낸 사람도 있다.

지금은 그저 옛날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장터는 농민들이 이용하는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1993

요즘도 장터에 나온 어르신들은

예전의 장터모습을 마음에 담고 있어,

버스가 내리는 길목에서 하염없이 친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