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초록빛깔이 소리로 변할 때쯤이면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2019-11-21     정영신 기자
1989

장터에 가면 물건을 살 것인지, 구경만 하는지 딱 보면 안다고 한다.

무슨 더듬이가 달려있나 옆에 붙어서 물건을 팔 때까지 지켜보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마음을 읽어내는 지혜에서 나온다는 것을 뒤 늦게야 알았다.

1988

 

콩 두어 되를 갖고 나와 난장에 펼쳐놓은 할매들의 당당함은

삶을 스스로 즐기는 중국의 장자를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다.

천하에 얽매이는 삶이 싫다며,

진흙탕 속에서라도 스스로 즐기는 삶을 택하겠다는 장자의 철학을

장터바닥에서 배울 때가 많다.

1990

 

순정하게 농사지어온 농산물을 귀히 다루지 않는 손님에게는

콩 한 되도 팔지 않으면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덤까지 얹어주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배짱은 자연을 끼고 사는 넉넉함에서 나올 것이다.

봄날이면 산과들도 한쪽씩 통 크게 할매들 손길에 따라 나온다.

지금 장터에 가면 초록빛깔이 소리로 변해 반길 것이다.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