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62] 추억의 루이지애나미술관

2019-12-30     천호선 금천문화재단 이사장/전 쌈지길 대표

1980년대 중반 1년 반의 덴마크공보관 근무 시절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매달 몇차레씩 루이지애나(Louisiana)미술관을 찾아갔던 일 이었다. 서울 손님 거의 모두를 루이지애나를 구경시켰다. 미술애호가인 크누드 젠센(Knud W. Jensen)이 치즈사업 으로 부를 축적하여 코펜하겐 북쪽 해안가 3만여평의 땅을 구입, 1958년 개관한 루이지애나미술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 101개의 명단’에 들어있다. 

 루이지애나미술관은 대부분의 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공간 환경과 전시철학을 가지고 있다. 건축, 미술, 자연이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되어, 건축은 자연과 미술을 함께 보여주기 위한 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작은 전시장 건물들이 가운데 정원을 둘러싸고 나지막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각 전시장을 연결한 복도도 바닥에서 천장까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없이 관람객들은 울창한 자연속을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갖게 되며, 창 밖의 정원과 고목들도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쟈코메티홀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진 바깥 호수의 풍광이 전시실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루이지애나미술관은 관람객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전시장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자연경관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여타 미술관들의 확장 공사 또는 신규 미술관 건립에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