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2020-03-09     정영신 기자

견우와 직녀가 이별할 때 흘리는 눈물처럼 비가 간간이 내리는 칠월 칠석 날,

한 여인은 비닐봉지에 강아지를 넣은 채 머리만 내놓고 있다.

이런 장면을 만나면 조상들의 생활철학이 엿보인다.

 

1988

"꽃은 약간 덜 핀 놈을 , 과일은 조금 덜 익은 놈을 고르듯,

밥일랑 배불리 먹지 말고, 세력은 함부로 부리지 말며,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복은 남김없이 누리지 않는다."

우리조상들은 이렇게 '구푼철학'을 생활화 하며 살았다.

 

1988

시골농가 어느 집을 가도 누렁이 한 마리가

들에 나간 빈집을 지키고 있다.

땅의 정직함을 믿고 살듯이 개에게 집을 통 채 맡겨놓고,

밭도 매고 이웃집 나들이도 한다.

자연스럽게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1990

행여 비에 젖을까 비밀봉지에 싼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강아지는 새 주인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이미 한식구가 되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개가 아무에게나 덤비는 경우를 일컬어 비유한 말이지만

자기분수도 모르고 무모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