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73]인왕산 수성동계곡과 윤동주

2020-10-16     천호선 금천문화재단 이사장/전 쌈지길 대표

10여년간 정들었던 인왕산 밑 아파트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산책길로 즐겨왔던 수성동계곡을 둘러보았다.

수성동은 물소리가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며, 겸재   정선이 자기가 살던 인왕산 주변의 뛰어난 풍경들을 그린 ‘광동팔경첩’의 대표작이 ‘水聲洞’이다.

세종대왕 셋째아들 안평대군은 수성동계곡에 별장을 마련하고 문인들과 함께 계곡 주변의 꽃, 나무, 바위, 노루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비해당사십팔영시’라는 시 48수를 남겼다.

윤동주시인은 1938년 연희전문학교에 입학,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1941년 친구 정병욱과 함께 수성동계곡 아래쪽에 있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자화상>, <별헤는 밤> 등 명작들을 만들었다.

윤동주는 거의 매일 아침 친구와 함께 인왕산을 오르고 수성동계곡에서 세수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종로구청은 윤시인의 다니던 인왕산 자락길에 ‘시인의 언덕’을 만들어 <서시>를 새긴 시비를 설치하였으며, ‘윤동주문학관’도 건립하였다. 연세대의 윤동주 거주 기숙사도 ‘윤동주기념관’으로 재탄생하였다.

1970년대 초 서울시는 수성동계곡 좌우에 난개발의 상징인 ‘옥인시범아파트’ 9채를 건립하였는데, 정부는 2012년에 이를 철거하고 이 지역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