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지역 미술 연구에 집중하는 ‘다티스트(DArtist) 시리즈’

정은주, 공간 특색 살린 대형 설치작, 반 입체, 최근 회화 작품 집중 조명 차규선, 1995년부터 최근작까지 ‘풍경 연작’ 연대기적 흐름 보여줘

2021-02-04     왕지수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대구미술관은 작년 4월 정은주(1964년생, 대구), 차규선(1968년생, 경주)을 대구작가 시리즈 ‘다티스트(DArtist)’의 중견 작가로 공동 선정하고, 지난 2일부터 오는 5월 23일(일)까지 두 작가의 개인전 ‘정은주: 초록 아래서’, ‘차규선: 풍경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정은주

‘다티스트(DArtist)_대구작가리시즈’는 대구·경북 활동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만 40세 이상의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 및 학술행사, 아카이브 등을 열어 대구 작가의 역량을 국내외 알리는 프로젝트이다.

공간을 나눠 진행하는 ‘정은주: 초록 아래서’展, ‘차규선: 풍경에 대하여’展는 두 작가가 회화장르에서 이룬 일련의 예술성과를 펼치고 대구 동시대 현대회화의 스펙트럼과 더 나아가 한국 중견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티스트1에 선정된 정은주 작가는 색(色)을 화면 가득 담아낸다. 작가에게 색은 선과 면을 구성하며 서사를 이루고, 그 자체로 존재하며 상징의 경계를 넘나든다.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상징성, 색채 심리학에서 기인하는 색의 성격, 그것이 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 또한 정은주의 색면(色面) 작업에 나타나 있다.  

1964년 대구에서 출생한 정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독일 국립 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유학 후 2001년 시공 갤러리 전시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이어온 반입체 작업은 나무와 캔버스에 스프레이 물감을 여러 겹 덮고 사포로 갈아내어 겹을 형성한다. 이 작업들은 색면에 간결함과 단순함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비현실적으로 매끈한 표면을 선보여 새로운 공간과 시간성을 작품에 새긴다.  

스프레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매끈한 면을 만드는 작업에서 ‘숨’을 느낄 수 없었던 작가는 2017년부터 ‘회화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붓을 사용해 오롯이 색을 올리는 과정을 거듭하며 색의 근원과 원초성을 연구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덮고 갈아낸 표면’은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붓질을 담은 화면’으로 변모해 여백과 비움을 담는다. 붓은 정은주의 몸, 그리고 호흡이 된다. 붓과 물감은 넘침과 모자람을 반복하며 균형을 다잡아나간다. 반입체 작업에서 느껴지는 물질성과 정서적인 면은 변하지 않았지만, 회화작업에서는 작가의 내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3전시실과 선큰가든 2전시실 일부에서 열린다. 3전시실과 선큰가든은 자연과 조우하는 공간의 특색을 그대로 살려, 색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설치작품 같은 공간을 보여준다. 2전시실에서는 지금의 정은주를 있게 한 반입체 작품과 함께 2020-21년 회화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화원(Flower

정은주와 함께 다티스트1에 공동 선정된 차규선은 1968년 경주에서 출생하고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1995년 봉성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0회 이상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1995년부터 시작한 ‘풍경연작’을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차규선 작가의 풍경에 등장하는 소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 나무, 꽃 등이지만, 자연을 그려낼 때 단순히 대상으로서가 아닌 자연과 자신과의 합일, 즉 물아일체의 마음으로 그려 ‘볼 순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정신성’을 화면에 나타낸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노니는 ‘벗’이자 세상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숭고한 대상으로 여겼으나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 인간과 자연은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가는 ‘풍경연작’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과 영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일명 ‘분청회화’라 불리는 기법으로 그린 차규선의 풍경은 서구적 회화기법으로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25년 가까이 풍경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탐닉하며 서정적 정취를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러한 장소와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규선: 풍경에 대하여’는 대구에서 11년 만에 열리는 작가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총 35점의 작품을 초기작업(1995~2002), 분청회화 시기(2002~2019), 현재작업(2019~2020) 등 연대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변화하며 깊어지는 차규선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차규선은 2019년 이후 흙으로 새로운 실험을 모색 중이다. 흙을 물에 개어 캔버스에 바르고 그 농담을 활용하여 흙과 유사한 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자연스러운 형상을 그려내는데 분청회화가 ‘분청’의 느낌에 집중하였다면 새롭게 시도하는 최근 작업은 형상을 넘어 작가가 바라보는 동양적 관점에서의 자연 그 자체를 더욱 힘 있게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민 학예연구사는 “지역 미술 연구에 집중하는 다티스트 시리즈 전시는 올해 처음 선보인다”라며 “정은주의 색면 회화와 차규선의 풍경 연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우직하게 걸어 온 대구의 두 중견작가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두 작가의 작업과정을 담은 ‘작가 인터뷰’는 대구미술관 누리집 내 디지털 미술관과 유튜브 공식 계정에서 볼 수 있으며, 관람은 사전예약제로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