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달라시면 가게도 드릴 수 있죠~"

달인계의 멀티플레이어, 겉절이 담그는 남자 '김종선'

2009-12-23     정혜림 기자

 

추운 날씨 허전한 속을 뜨끈하게 달래는 데에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그렇게 뜨끈한 걸 찾아, 대학로 바닥을 뒤지던 끝에 '신칼국수'를 발견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으러 갔지만 역시 이것이 빠지면 서운한 법! 시원하고 칼칼한 칼국수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요것, 아삭한 겉절이에 넘어가, 28년 경력의 명품 겉절이 달인 김종선(48) 씨를 찾았다.

우리의 달인은 28년 전, 명동 칼국수에서 처음 칼국수와 인연을 맺고, 서대문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사실 만드는 과정이 쉬워 보여 시작했는데, 세상에 만만한 게 없다는 것을 톡톡히 배웠다는 후문. (웃음) 한때는 엄한 선배 밑에서 국자로 맞으면서 배웠다는 그는 "큰 가게를 차리겠다는 욕심보다, 단지 칼국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 하나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멀티플레이어가 축구에만 있을까. 김종선 달인도 칼국수와 겉절이계의 멀티플레이어다. 여름철에는 하루에 40포기, 겨울철에는 5~60포기를 담을 정도로 전광석화와 같이 배추를 손질하는 재빠른 손놀림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아내 김경화 씨는 "이제 나이도 있느니 기계로 칼국수 면발을 뽑자고 했지만, 옹고집만큼은 못 이겼다"며 사랑받는 칼국수와 겉절이의 비결을 귀띔해줬다.

그가 공개하기를 한사코 사양했던 주방을 엿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배추는 음식 종류에 따라 맞춤 손질되고 통 큰 배추도 자유자재. 칼국수 면발은 두텁게, 얇게, 길게~ 3박자에 맞춰 완성되니 놀랄 노자다.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니 아내의 걱정도 당연지사. 그래서 대를 있겠다는 아들을 한사코 말렸다. "부모 마음이란 게, 내 자식만큼은 고생 안 하고 평탄한 길을 갔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꿈이 이거라니, 밀어줘야죠." (웃음)

사실 부자 사이가 소원하던 시기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밀가루 속에 있던 아빠를 멀리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가게에 들른 아들이 부모님에게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는 손님의 모습을 본 후, 장래희망을 바꾸었다. 부부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 아빠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을 물려받기 위해, 아들도 우리 부부도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범택시에서 내린 일본인 관광객이 들어와 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가 5,000원이에요. 모범택시 기본요금이 4,500이고요. 칼국수 한 그릇 먹겠다고 공항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오시는데 생각 같아선 메뉴에 있는 음식을 다 대접하고 싶어요."

경제위기에 살얼음판을 걷던 때도 있었고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손님도 있었지만, 김종선 씨는 "어떤 손님이든 있는 거 다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가게를 달라고 하면 드리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칼국수 한 그릇을 내주셨다. 투박한 그릇에 소담하게 담긴 칼국수와 겉절이가 '훗날 어려운 분들에게 따뜻한 음식 대접하는 게 꿈'이라는 김종선 씨를 닮아있었다. 한평생 그의 곁에서 응원해온 아내 김경화 씨의 말처럼 "28년 외길을 걸어온 그의 고집"에 박수를 보내며 당신은 칼을 다루는 기술보다 마음이 더 아름다운 진정한 달인이라고 전하고 싶다.

대학로 신칼국수(02-765-0234)

서울문화투데이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