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9.16~10.31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서 총 6개 전시 선보여

2021-09-23     안소현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다. 경제 성장에 몰두하다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될 거라고 한다. 많은 생물 종이 거주지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의 거주지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올해로 3회를 맞이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총 6개의 전시를 통해 미래의 도시를 상상한다. 총감독은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다. 전 세계 53개국, 112개 도시, 190명 작가, 40개 대화, 17개 해외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참여해 역대 최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현장프로젝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총 3곳에서 개최된다. 우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주제전 《건축 X 인프라》, ▲도시전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 ▲글로벌 스튜디오 《피난처》가 유료로 진행된다. 한편 서울도시건축전시관(Seoul HOUR)에서는 ▲게스트시티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게스트시티》, ▲서울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서울》이 개최되고, 세운상가에서는 ▲푸하하하 프렌즈(한승재, 한양규, 윤한진)가 기획한 현장 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에서 진행된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세운상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무료다. 

디디피에서 진행되는 주제전과 도시전은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가 직접 기획했다.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진행된 주제전 《건축 X 인프라》에서는 인프라를 통한 도시의 회복력, 지속가능성, 심미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업들이 전시됐다. 

제노바 출신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는 도시 건축을 통한 위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된 설치작품은 2018년 8월 14일 붕괴한 모란디 대교를 재건한 결과물이다. 사진, 책 등의 자료를 통해 새 교량의 설계 속도와 시공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자료는 시계를 상기시키는 원형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다. 테이블 중앙에는 설계의 주요 단계를 담은 모형이 놓여 있다. 재건된 제노바 산 조르조 대교는 분리된 두 제노바를 다시 연결하는 한편,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 약속하는 듯하다. 2년 만에 이루어진 신속한 재건은 제노바 시민의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렌초

CSK 아키텍츠, 바틀렛건축학교, 아룹이 협업해 만든 <산업혁명 기념관>은 대형 코르크 블록을 재료로 이용해 생태적 가치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높다란 탑을 통해 근대의 눈부신 업적을 기념하는 한편, 순수 식물기반 자재로 제작된 코르크를 이용함으로써 환경 파괴적인 생산 및 소비 패턴에 작별을 고한다. 작품에 이용된 블록들은 모르타르나 접착제 없이 조립되었기에 비엔날레 후 해체해 다른 건물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분해되고 생물권에 새로운 성장을 일으킬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도시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도시전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는 디디피 지상 2층에서 시작해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디자인둘레길을 따라가며 관람할 수 있다. 이 전시 역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시와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자 한다. 서로 대비되는 개념인 ▲지상/지하, ▲유산/현대, ▲공예/디지털, ▲자연/인공, ▲안전/위험을 연결해 각각 소주제로 삼았다. 

건축사무소 웨스트 8이 고안한 <부상형 교량 프로토타입>은 해수면 상승과 공간 부족 문제를 다룬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교량을 개발해 재난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이 회사가 위치한 네덜란드의 경우, 영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 아래 위치해 도시의 유연성이 훨씬 더 강력히 요구된다. 강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지더라도 빠르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웨스트 8의 ‘부상형 교량’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할 미래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도시전이

콜렉티브 부의 <떠 있는 대피소>는 몇 분 만에 손쉽게 설치 가능한 대피소다. 몇 명의 인력, 간단한 수공구 및 사용 설명 매뉴얼이면 충분하다. 구조적으로 텐트는 장력을 사용한다. 두 개의 프레임은 래칫 크랭크를 사용해 가깝게 결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면의 상승, 강풍, 지반 진동과 같은 자연적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콜렉티브 부는 비상 상황 시 지역 주민이 스스로 몸을 운신할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는 대피소의 모델을 제공했다.  

지하 2층에 있는 디자인 전시관에서는 글로벌 스튜디오 전시 《피난처》가 이루어진다. 40개 국내외 건축대학이 참여했으나, 연구 결과물이 설치된 대학은 8곳뿐이다. 이곳에서는 ‘피난처’라는 주제로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원적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라이스대학교의 작업은 피난처라는 개념을 재정의한다. 일반적으로 피난처는 외부환경으로부터 분리돼 위험에 처한 개인을 보호하는 밀폐된 시설이다. 하지만 라이스대학교의 프로젝트는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이 상호 연결된 도시 공간으로서의 피난처 개념을 제안한다. 

▲지하

한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진행된 게스트시티전에서는 세계 여러 도시를 초청해 미래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상황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미래기술의 도래를 중심으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게스트시티전과 연동돼 진행되는 서울전에서는 특별히 서울이라는 도시에 집중해 해당 도시의 미래를 상상한다. 마지막으로 세운상가 현장 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은 개인이 바라보는 지극히 사적인 도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는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상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어로만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작품이 상당수였기에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시민은 배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사인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더라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