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서 쏟아져 나온 조선시대 금속활자 모습 공개

11.03~12.31, 국립고궁박물관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조선 전기 금속활자‧기록만 있던 ‘일성정시의’ 볼 수 있어

2021-11-02     이지완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6월 종로구 인사동 79번지 공평동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한꺼번에 대량 발굴돼 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조선시대 주요 금속 유물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금속활자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과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은 오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지난 6월 서울특별시 인사동에서 발굴한 유물 1,755점을 모두 선보이는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개최한다. 발굴 당시 유물은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돼 사용된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되고,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으로 각계각층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전시는 당시 화제의 중심이었던 금속활자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인사동 발굴로 드러난 조선 전기 금속활자’, 2부는 ‘일성정시의와 조선 전기 천문학’이다. 먼저 1부 전시장에서는 깨진 도기항아리를 만날 수 있는 데, 이 항아리는 발굴 당시 금속활자들이 담겨 있던 그릇이다. 그릇을 지나면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1,300여 점의 활자가 전시돼 있다. 

▲갑인자

맞은편에는 주조 시기가 밝혀진 304점의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활자가 전시돼 있다. 갑인자는 1434년(세종 16) 경연에 있던『효순사실(孝順事實)』등 서책의 글자를 자본(字本)으로 삼고, 부족한 글자는 수양대군(훗날, 세조)이 모사한 글자로 보충해 만든 20여 만자 금속활자다. 을해자는 1455년(세조 1) 강희안 (姜希顔, 1418-1465)의 글씨를 자본으로 주조한 활자, 을유자는 1465년(세조 11) 정난종(鄭蘭宗, 1433-1489)의 글씨를 자본으로 주조한 활자다.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 중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 『근사록(近思錄)』(1435, 보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두 글자를 포함해 형태와 모양이 같은 활자 48점을 골라 책자와 함께 전시했다. 을해자와 을유자로 확인된 활자는 각 『능엄경』(1461, 보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과『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글자를 확인해 해당 활자들이 을해자와 을유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에는 금속활자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했다. 또한, 주조를 담당했던 ‘주자소 현판’과 조선 시대 활자 주조의 연혁이 적혀 있는 ‘주자사실 현판’도 이번 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유물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다. 일성정시의는 437년(세종 19)에 국왕의 명으로 처음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크기를 소형화한 시계다. 낮에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다. 그동안은 기록으로만 확인되다가 지난 6월 처음으로 공평동 유적지구에서 실물이 출토됐다. 비록 3개의 고리 중 한 개는 일부만 출토됐지만, 다행히도 전체 모습은 알 수 있다. 또한,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인 ‘소일영’(小日影)을 함께 전시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인사동 발굴 현장의 하루와 발굴 참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도 공개된다. 더불어, 음악가 박다울 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직접 작곡하고 공개해 특별함을 더했다. 11월 둘째 주에는 박다울 씨가 전시실에서 직접 연주한 영상을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록과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한다. 도록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직접 내려 받을 수 있다. 직접 박물관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전시실 전경, 유물설명, 사진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의 전모를 알리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후속 연구가 가능한 기초 자료 제공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며 “또, 한편으로 국민이 조선전기 과학문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선보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