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안드레아스 에릭슨:해안선》展

오는 3월 20일까지 ‘자연의 영토’로써 비무장지대 다뤄

2022-02-17     이지완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자연 속 발견한 요소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스웨덴 출신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 개인전이 개최된다. 지난 2019년 학고재와 학고재청담에서 선보인 아시아 첫 개인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16일 막을 열어 오는 3월 20일까지 개최되는 《안드레아스 에릭슨:해안선》 전시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동해의 해안선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해안선

지난 2019년 전시는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 작업을 폭 넓게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의 중심 매체인 회화를 집중 조명한다. 캔버스 및 목판 위에 유채, 아크릴, 템페라로 그린 회화 14점과 종이 위에 수채, 흑연, 파스텔로 그린 드로잉 44점 등 총 5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벽면을 메우는 크기의 대형 회화부터 한눈에 담기는 소품까지 화면의 규모가 다채롭다.

안드레아스 에릭슨은 1998년에 스웨덴 왕립예술원 스톡홀름 미술대학교(Royal College of Arts, Stockholm)를 졸업한 후 베를린에 건너가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그런데, 2000년경 전자기과민성증후군을 얻어 귀향했다. 이후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의 시네쿨레 산속에 살며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장소의 이념적 성격을 배제하고 환경적 특성에 주목하고자 했다. 에릭슨에게 비무장지대는 회화의 메타포가 된다.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생하는 자연의 영토를 회화의 화면에 빗댄 것이다.

▲해안선

에릭슨의 작품세계는 감각주의와 개념주의를 동시에 드러낸다. 풍부한 시각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개념적인 작품을 이끌어낸다.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는 한편 내용적으로 긴밀한 연관성을 띤다. 이번 전시의 주제이자 신작 회화의 작품명인 ‘해안선’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구분하는 동시에 연결 짓는 매개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회화란 물질성에 관한 것이라 말한다.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 두 가지 물질의 만남을 전제한다. 에릭슨은 <해안선> 연작에서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그 만남의 지점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작품의 규모와 에릭슨의 감각적인 경향이 돋보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