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이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 위해 써 달라”
법정 스님 다비준비위, 13일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茶毘) 거행
“번거롭고, 부질없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
‘무소유’의 지혜를 일러 주고, 청빈의 도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몸소 실천하던 법정(法頂) 스님이 지난 11일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송광사 서울분원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정 스님 다비준비위원회(이하 다비준비위)’는 스님의 평소 말씀에 따라 영결식 등의 장례절차 없이 법구(法柩)를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운구해 13일 오전 11시 다비(茶毘)할 예정이다. 또한 일체의 조화나 부의금도 받지 않는다.
법정스님이 “문상도 받지 말라”고 했지만 불자들을 위해 서울 길상사, 순천 송광사와 인근 불일암 등 3곳에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비준비위 관계자에 따르면 법정 스님은 입적 전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법정 스님은 그 동안 ‘무소유’, ‘일기일회’등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많은 저서를 남겼지만, “그 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지고 가지 않겠다” 며 스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4년 전 폐암이 발병해 여러 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원도의 오두막에서 제주도로 거처를 옮겨 요양했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고, 11일 오전 위급한 상황을 맞자 평소 뜻대로 길상사로 옮겨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살아생전 빈 몸 그대로 떠나셨지만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겨주셨고 자비가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말씀만이 아니라 삶 자체로 보여주셨다”며 스님의 가르침을 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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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