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복수는 나의 힘!

그의 화려한 귀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2010-05-03     박소연 기자

[서울문화투데이=박소연 기자] 행복한 앞날을 약속했던 당신의 운명이 한순간 송두리째 뒤바뀐다면, 그리고 그 뒤바뀐 운명을 조작한 이들이 다름 아닌 당신의 친구들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억울한 누명에 자신의 인생을 저당 잡혀야했던 한 남자의 통쾌한 복수극을 화려하게 그려낸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는 명성만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방대한 원작을 150여분동안 숨가쁘게 풀어낸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케 하는 영화적 영상기법과 적절한 무대 공간의 연출 위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안정된 가창력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곡들을 탄탄하게 지탱해낸다.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에드몬드와 그가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하는 메르세데스의 듀엣 ‘언제나 그대 곁에(I Will be There)’는 각각 감옥과 성당으로 표현되는 공간에 원근감을 가미해 둘의 애절한 사랑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에드몬드의 탈출 장면에서는 일렁이는 파도의 영상이 더해져 생생한 현장감마저 전해진다.

클래식과 록이 결합된 넘버의 강렬함은 인물들의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선과 허의로 가득 찬 지배층을 상징하는 몬데고와 당글라스, 빌포드의 앙상블과 복수심에 불타는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압축하는 일은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뿌리 깊은 증오에서 살기어린 복수로, 그리고 마지막 참회에 이르기까지 몬테크리스토의 심리변화는 극의 편의에 맞춰 급진적이고 즉흥적으로 흘러간다. 자신이 신이 되어 정의를 심판할 것이라는 비장한 결의는 막대한 재산을 이용한 ‘LERROM’의 ‘MORREL’적 처단과 메르세데스와의 재회로 급반전돼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귀결돼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테크리스토’의 귀환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거친 파도에 운명을 맡겨야만 하는 선원의 숙명처럼 그는 생이라는 거친 파도에 운명을 내건 항해를 계속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항해가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부디 ‘몬테크리스토’의 집념을 닮은 배우들의 힘찬 기량으로 머나먼 항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