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윤이상,나비 이마주

제3회 통영연극예술축제에 올려진 '윤이상 그의 시대상'을 보다.

2010-07-22     홍경찬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연극이 시작되면서 '고풍의상'(조지훈 시/윤이상 곡)이 흐른다. 조국보단 독일과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고향 통영 그리다 먼 이국땅에서 영면한 윤이상. 천재 음악가 윤이상은 이렇게 음악과 함께 자신의 삶을 회상함으로써 연극은 시작된다.

 주인공을 통해 시대순으로 바라보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이면을 볼 수 있다. 또 부인인 이수자 여사, 윤정, 윤우영에 대한 애틋한 가족애가 담겨져 나온다.

 경계를 넘어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한 조국을 사랑한 음악가. 첼로는 그의 분신이기에 무대 중앙에 배치됐다. 그의 분신인 첼로가 낼 수 있는 최대 음 'A음'을 향해가는 하지만 A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의 운명 같은 삶이 꽉 짜진 스토리로 녹아 들어가 있다.

 윤이상이 나고 자란 이 땅의 군사정권에 의해 '동백림 간첩단'사건 누명이 씌워졌다. 스트라빈스키,슈톡하우젠,카라얀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구명 요구로 풀려나 독일로 귀화하게 된다.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에서 '상처 입은 용' 거장 윤이상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받은 구명운동의 은혜를 갚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은 윤이상을 엿볼 수 있다.

 윤이상은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 북한으로 향한다. 예술인 음악가로서의 작곡을 향한 이 발걸음이 평생 그가 그리던 고향 통영을 밟지 못하는 이유였으며 고통속에서 창작의 활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였으며 난해하지만 주옥같은 음악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역설이었다.

 실제 연주자의 연주와 어우러진 영상은 이동준 연출자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불후의 명작으로 칭송되는 <나비의 미망인>은 종신형을 언도받은 가운데 절망적인 상황인 감옥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연극이 끝나며 나비 한마리가 자유로이 나는 모습은 예술을 향한 음악에 매진한 조국을 사랑한 윤이상 본인이다.

윤이상기념관으로 개명작업이 이뤄지는 도천테마파크 내, 전시된 실물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북측에서 반입이 된 허용된 윤이상 흉상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의 음악은 역사적으로는 나의 조국의 모든 예술적,철학적.미학적 전통에서 생겼고, 사회적으로는 나의 조국의 불행한 운명과 민족,민권 질서의 파괴, 국가권력의 횡포에 자극을 받아 음악이 가져야 할 격조와 순도의 한계 안에서 가능한 최대의 표현적 언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제3회 통영연극예술축제를 맞아 7월21일 공연에 이어 22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서 한번 더 무대가 마련된다. 

 윤이상,나비 이마주/은세계 씨어터 컴퍼니/대표,연출 이동준,작가 홍창수 윤이상 역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