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차없는 거리는 신기루인가?

인사동 들여다보기 2/ 제한시행 역순환 교통 등 대안 나오기도

2009-03-06     권대섭 대기자

논의 분분하나 실행까진 아직 멀어

인사동 ‘전일 차 없는 거리’는 일종의 신기루 같다. 희뿌옇게 멀리서나마 보이면서도 다가서면 또 멀리 있다. 최근 들어 정체성 상실이니 싸구려 중국산 기념품의 천국이니 하며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인사동만한 거리는 서울에 없다.

 전일 차 없는 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도 이만한 거리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만일 ‘전일 차 없는 거리’가 될 수만 있다면 인사동은 더욱 유명해 질 것이다. 결국 완전히 차가 없는 인사동에 대한 논의도 그나마 인사동을 포기할 수 없는 시민들의 기대와 애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차 없는 거리의 명암

하지만 인사동 전일 차 없는 거리 시행은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엔 어려워 보인다.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문화지구에 대한 섬세한 플랜이 맥락을 같이 하며, 상당기간 치밀하게 준비될 때 가능해 보인다. 인사동 고서점 통문관의 이종운 대표는 “인사동 주도로변의 기념품 가게들은 찬성을 하겠지만 도자기나 미술품, 목기 등 인사동 본래의 모습을 대변했던 전통가게들에겐 차 없는 거리가 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없는 거리로 사람들이 몰려드면 소품가게들은 득을 보겠지만 고가품을 다루는 전통가게들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만다는 것이다. 인사동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전통 물품 매니아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은 오늘날의 인사동 현실을 압축한 말로 들린다. 결국 전통가게들에 대한 문화적 보호대책 없이 시행되는 차 없는 거리는 오히려 인사동의 본래 모습만 망가뜨려 놨다는 이야기도 된다.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의 토 · 일요일 차 없는 거리만으로도 인사동이 이만큼 상업화됐다”면서 “현 상황에 대한 대책 없이 전일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할 경우 인사동은 완전히 유흥 거리로 변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료 상승은 차치하고라도 50여개에 달하는 화랑들이 매주 수요일 문을 열어 다음 주 화요일 문을 닫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 유지에 타격을 주며 이들마저 빠져 나가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었다. 물품 운반을 위해 차량운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사동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해정병원 관계자도 전일 차 없는 거리 시행 시 병원이 난감해 질 것을 우려 했다.

환자 운송은 물론 병원 물품이나 기기들의 운반 시 차량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 관계자는 병원뿐만 아니라 인근 SK빌딩, 백상빌딩, 공평동 은행가, 대성산업 등 기업들도 반대하고 나설 것임을 지적했다.

정체성 유지가 관건

인사동 전일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대한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차 없는 인사동’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강해 보인다. 인사동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이민성씨(27, 종로구 신영동)는 “인사동 길 자체가 좁은데다 평일엔 차량이 끊이질 않아 불편하다”며 “차 없는 거리가 빨리 확대 시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주부 김진영씨(45, 영등포구 신길동)도 “인사동을 서울시민 전체의 사랑받는 문화거리로 가꾸려면 언젠가는 전일 차 없는 거리가 돼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반면 제한적 차 없는 거리를 의견으로 내놓는 이도 있다. 인사동 중심가를 이룬 쌈지길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P모씨(43, 성북구 돈암동)는 “전일 차 없는 거리를 실시하기 어려우면 매일 일정시간 차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나 외곽 공영주차장을 확대해 주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사동 차(茶) 문화 보존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안국동 로타리에서 종로방향으로 흐르는 일방 통행제를 뒤바꿔 종로 쪽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차량을 역순환 시키면 꼭 필요한 차들만 인사동을 지나게 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인사동의 차량홍수가 지금보다 훨씬 덜하게 돼 문화지구의 분위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1997년 일요일 차 없는 거리로 처음 시작, 2003년 6월부터 토요일에도 차 없는 거리로 시행한 인사동. 관광객 1200만명 유치라는 서울시 정책과 맞물려 진행된 이 같은 조치는 일단 사람들을 인사동으로 끌어 모으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에 따른 임대료 상승과 유흥 거리화, 전통가게들의 외곽 이주로 인한 정체성 상실 등 부작용을 낳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일 차 없는 거리 시행도 궁극적으론 이런 부작용을 봉쇄하면서 정체성 유지를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권 대 섭 대기자(kds5475@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