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소외계층 어린이들 "물 만났어요"

8월의 산타되어 소외받는 학생들에게 바다 선물한 통영해양소년단.

2010-08-17     홍경찬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수영할 줄 모르는데 안전조끼 입고 바다에 뛰어드니 너무 신나요. 엄마한테 자랑할거에요","바나나보트 첨 타요, 플라이 피쉬보트가 젤 짱이에요","물놀이 할 생각에 어제 잠도 설쳤어요"라며 어린 학생들은 웃으며 입도 다물어지지 않은 체 하고픈 물놀이 체험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책상 앞에서 영어 공부보다 훨씬 나아요"라며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가 아닌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한 학생은 "오늘 아침 할머니가 김밥도 싸주시고 음료수도 챙겨 주셨어요. 바나나보트 탄다고 일주일 전부터 할머니께 자랑했어요"라며 어두운 얼굴빛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영 관내 4개의 지역아동센터 학생들 80여 명은 이날 물 만난 천진난만 개구쟁이였다. 방학 전 후, 학생들은 자칫 일탈하기 쉽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학원 갈 형편도 안될뿐더러 집으로 돌아오면 혼자 있기가 부지기수인 외로움이 익숙한 어린이들이다. 꾸러기 아동복지센터를 포함한 4곳은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웃음을 잃지 않는 누구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은 지난 17일 하루 종일 통영 4곳의 꾸러기,한빛,새통영,새싹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와 보육교사 102명을 초청하여 여름날 바다 체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는 소외받을 수 있는,자칫 어둡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어려운 집안 환경의 학생들에게 바나나보트,플라이 피쉬,바다 수영,고무보트 젓기,다이빙 등 바다체험을 무료로 제공, 8월의 산타할아버지와 다름없었다.
 
 소외 받는 학생들이라 바다서 노는 것에 대한 표현의 어떨지 궁금했다. 바다에 뛰어든 해맑은 얼굴은 친구들과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바다물이 입안에 들어가도 웃었고 높이 10m 정도의 미끄럼틀에서 바다로 빠질때도 무서워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다와 접해 생활하는 학생들.엄한 조교의 준비 운동에도 열심, 대답도 우렁차게 또박또박, 바다가 좋긴 좋은가 보다.

 4개 팀을 짜서 바나나보트 체험,플라이 피쉬 체험,다이빙 체험,미끄럼 체험,노젓기 체험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린 학생들에겐 일년 동안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의 하루였다.

 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의 어린 학생들에겐 이날 가난이 무엇인지 집안 환경이 어떤지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안전을 지켜줄 해양소년단 엄한 조교선생님도 옆에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맘 놓고 바다에 뛰어들기를 수십번.

 꾸러기 지역아동센터 심월영 원장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 오늘 값진 바다 경험은 평생 학생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해양소년단에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처럼 학생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부모의 마음처럼 속내를 드러냈다. 또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만이 어린이들 꿈을 펼칠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4곳이 처음으로 모인거 같다. 많이 도와 달라"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해양소년단 설전옥 과장은 "야외 바다체험 뿐만아니라 청소년수련관 실내서 할 수 있는 통영 문화 체험과 레크레이션,보물찾기을 겸할 수 있는데 예산이 넉넉지 못해 1일 식사도 대접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오늘 아이들 즐거운 비명소리에 힘든 줄 몰랐다. 여름날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소외받는 통영 후배들에게 바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바다체험을 제공한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은 거북선캠프, 청소년 수련관, 통영요트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통영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숙박 시설도 제공하며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검증된 해양 프로그램을 일 년 내내 운영 중에 있다.

 해양소년단 직원들과 아동복지센터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폭염 더위속 시원한 바다물 체험을 제공해 준 8월의 산타였다. 또 도움의 손길은 늘 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아래는 소외계층인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의 바다체험 현장 스케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