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 <인어도시>
구원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 <인어도시>
  • 이상정 인턴기자
  • 승인 2010.07.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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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저 개울이야말로 내가 갈 곳이라오!

[서울문화투데이=이상정 인턴기자]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기묘한 이야기 한 편을 풀어놓으려 한다. 연극 <인어도시>말이다.

<인어도시>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 사연인 즉, 극의 배경만큼이나 우울해 인물들이 어째서 매일같이 비가 오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지내는지 관객은 납득하다 못해 공감한다. 90여분의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것 역시 <인어도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들었음직한 이야기, 극을 위해서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극은 호스피스 병원을 배경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간호사가 겪는 기괴한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다. ‘창가에 보이는 저수지에 인어가 산다’는 전설은 등장인물들도 믿지 않을 만큼 황당하지만 인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더불어 아구 괴물도 한 마리 기거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연극이 노리는 바가 바로 ‘인어’와 ‘아구’에 있다.


<인어도시>는 개인에게 편리함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줬지만, 한편으론 불안을 키우는 사회를 나타낸다. ‘이 거대한 시스템에서 추락하면 어떻게 될까? 혹여 나는 이미 낙오된 것은 아닐까?’ 이런 ‘불안’을 지니고 있는 극 중 인물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무엇에 미련이 남아서 인지, 개울 속의 괴물을 두려워한다.

다소 황당하면서도 환타지스러운 스토리의 전개는 인물에 대화뿐 아니라 다양한 무대장치들로 무게를 더한다. 무대를 중심으로 물을 채운 무대하며, 의뭉스러운 조명,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기괴한 노랫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덕분에 <인어도시>는 여타의 연극과는 달리 역동적이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신선한 무대장치와 정곡을 찌르는 대사들에도 불구하고 <인어도시>는 다소 식상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물론 식상한 그 메시지를 우리는 알면서도 실천하며 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연극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부디 빛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간다 생각된다면, <인어도시>를 찾아가길 바란다.

p.s 혹시 아구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