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우리 전통춤계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김승국의 국악담론] 우리 전통춤계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9.06.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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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우리 전통춤은 상류계층을 향유층으로 하는 정재(呈才)이든, 기층민(基層民)을 향유층으로 하는 민속춤이든 간에 그 예술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멋과 흥, 한(恨)과 풀이가 잘 어우러진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옛날에 영화상영관에 가면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국정홍보 소식이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담은 10분짜리 ‘대한 뉘우스’라는 것을 꼭 틀어주곤 했는데 우리 전통춤 무용단이 세계 방방곡곡을 순회하며 화려한 부채춤이나 장고춤 등을 선보이는 등 국위선양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뿌듯해하던 추억을 나이든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 청록파 시인인 조지훈의 시 ‘승무’를 음미하고 즐겨 암송하며 우리 민속춤의 심오한 정신세계와 춤의 우수성을 인정했던 추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한때는 우리 전통춤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전통춤을 가르치는 것이 크게 유행하였으며, 동네마다 하나, 둘 쯤 있던 무용학원에 자녀들을 보내 전통춤을 가르치게 한 학부모님들이 많았다. 그러다 자녀가 무용에 소질이 있어 보이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값비싼 레슨비를 지불해가며 자녀들을 예술중학교나 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진학시키는 일을 흔히 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각 대학의 무용과의 입시 경쟁률도 매우 높았고 누구누구는 뒷돈을 주고 입학을 했네 하는 좋지 못한 소문도 무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마다 무용과를 경쟁하듯 신설하였고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같은 명문 대학에 왜 무용과가 없지?’ 하며 이상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동네마다 자리 잡고 성업 중이던 그 많던 무용학원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우리 전통춤 학원은 이따금 눈에 뜨일 정도가 되었으며, 전통춤 강좌가 주민자치센터의 생활예술 강좌나 공공 평생교육원의 강좌에 어쩌다 찾아보게 되는 정도의 실정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심각한 것은 지방 대학의 무용과가 줄줄이 폐과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나마 무용과가 있는 수도권 대학들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연예술시장에 있어서도 우리 전통춤 공연이 관객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공연예술 장르가 아니어서 유료입장객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거의 무료공연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관객동원이 어려워 어쩌다 한국 전통춤 공연장에 가보면 객석이 출연자의 가족이나 친지들로 채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전통춤 공연을 가보면 살풀이, 승무, 태평무, 검무 등으로 이어지는 ‘그 밥에 그 나물’인 프로그램 나열식 공연이 대부분이라 공연 선택에 입맛이 무척 까다로워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거리가 먼 것도 현실이다.

해방 후 한국 전통춤의 전승을 이끄는 동력 중 가장 큰 동력은 ‘무형문화재 예능종목 지정과 예능보유자 인정 제도’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승의 단절의 위기에 처해졌던 우리 전통춤이 무형문화재 제도로 인하여 전승기반이 구축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형문화재 제도로 인하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7가지 종목 살풀이, 승무, 태평무, 진주검무, 승전무, 처용무, 학연화대합설무와 그 밖의 시·도 무형문화재들은 탄탄한 전승기반을 갖게 되었으나, 그 외의 수십 종목의 전통춤은 무형문화재 예능종목을 선점한 종목들의 거센 견제로 말미암아 전승기반을 갖지 못하고 단절과 멸실(滅失)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으니 무형문화재 제도가 한국 전통춤의 발전에 끼친 순기능 보다 오히려 역기능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전통춤을 평생의 업으로 하여 전승체제에 입문한 춤 예술인들은 자신의 계보의 예능보유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줄을 서야 했다. 예능보유자의 인정을 받아 전수자, 이수자, 전수교육조교를 거쳐 예능보유자의 후계자가 되기 위하여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막대한 물적, 심적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예능보유자에게 밉보여 계보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된 전승자들은 설자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전통춤계가 이 지경까지 오는데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아무래도 전통춤계를 이끌어온 기득권층의 기성 지도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전통춤계는 변화하고 개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과거 명인들이 남긴 춤은 춤대로 올곧게 전승되어야 하지만, 또한 그 기반위에서 전형을 지키며 새롭게 변화하고 진화된 작품들은 재창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 전통춤의 모습이 복잡한 고도문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의 정서와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는 ‘이 시대의 전통춤’인가도 성찰해봐야 한다. 지금의 한국 전통춤이 어떤 이유에서 관객들의 마음에서 멀어졌는가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고,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진화해야만 다시 관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장르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전통춤계가 변화하지 않고 개혁하지 않고 지금의 이 상태로 간다면 더욱 더 관객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 뻔하며 결국은 자멸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전통춤계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의식 있는 젊은 지도자들이 모여 지금껏 전통춤계가 무엇이 문제였던가를 냉정하고도 엄정하게 평가해보고, 그것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대안을 마련한 후에, 전통춤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개혁해 나갈 것인가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것이 학술회의의 형태이든, 세미나이든, 토론회이든 간에 지금부터 본격적인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전통춤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전통춤을 사랑하고 아끼는 전통예술계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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