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전위와 실험, 변방의 이단아들-3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전위와 실험, 변방의 이단아들-3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0.08.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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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Ⅴ.

1979년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은 민주화의 봄을 가져왔다. 비록 꽃이 활짝 피지 못하고 단명하였지만,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로 대변되는 3김씨의 시대는 전두환 소장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의 등장으로 인해 단명의 막을 내렸다. 이어서 전두환 장군의 11대 대통령 취임이 이루어졌다. 때마침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 상징하는 경제적 풍요가 일어 군사정권의 통치로인한 암울한 분위기가 가시는 듯 했다. 그러나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급기야 1987년 ‘6.29민주화 선언’을 이루어냈다.

80년대의 퍼포먼스는 장르의 융합을 통한 예술의 토탈화(Total) 경향을 추동하면서 한국행위예술협회1)를 결성하는 등 조직화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은 70년대를 점유한 단색화(Dansaekhwa) 중심의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이러한 정서가 본격적으로 촉발된 것은 1981년에 동덕미술관이 주최한 [현대미술워크숖]전이었다. 모더니즘 진영의 ‘S.T’와 ‘서울80’과 민중미술 진영의 ‘현실과 발언’ 그룹이 초대된 이 전시의 주제는 ‘그룹의 발표양식과 그 이념’이었는데, 이는 80년대 화단의 변화와 전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 

1986년, 아르꼬스모미술관이 주최한 [86행위설치미술제]는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전국의 행위에술가들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어진 [86 여기는 한국전]은 야외설치와 행위미술이 전국적인 규모로 펼쳐진 축제적 성격의 행사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은 드디어 국제화 시대에 진입하였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룬 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아가기 시작했다. 80-90년대 한국 퍼포먼스는 2000년대의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국제적 교류를 위한 전단계로서의 위상을 수립하였다. 60-7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성을 갖추는 한편, 인적 증대도 두드러졌다. 강용대, 김준수, 김재권, 남순추, 문정규, 방효성, 성능경, 신영성, 심홍재, 안치인, 이건용, 이두한, 이불, 이이자, 임경숙, 육근병, 윤진섭, 조충연 등이 이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이다.2)한편, 이건용, 성능경, 안치인, 윤진섭, 방효성, 김용문, 임택준, 심철종, 한건준, 조충연, 이두한, 박창수, 고상준, 전일국, 김정명, 김명순, 강정헌 등은 [대전행위예술제](1987)에 초대되었다. 다음에 인용하는 글은 이 시기 한국 퍼포먼스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989년 3월 26일부터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89청년작가]전([젊은 모색]전의 전신)에서 열린 퍼포먼스 발표는 재야적 성격이 강한 퍼포먼스가 제도권으로 진입한 첫 사례이다. 따라서 이 행사는 1981년 창립 이래 퍼포먼스 작가를 초대한 첫 전시회이자 마지막 전시가 되었다. 당시 커미셔너인 미술평론가 윤우학은 안치인, 윤진섭, 이두한, 이불을 초대하였는데, 이들은 엄숙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앙 전시장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두한은 곤로에 꽁치를 굽고, 알몸의 전신에 석고를 바른 뒤 국부에 경광등을 대고 돌아다니는 소동을 부렸다. 최근에 만난 자리에서 이두한은 이 때를 회고하며 당시 몸을 조이는 석고의 압력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공포감을 느꼈다고 술회했다.3) 윤진섭은 중앙전시장의 정면에 난 대형 유리창을 향해 180개의 계란을 투척, 행위 드로잉을 행했다. 이불은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봉제 의상을 입고 전시장을 누비고 다녔고, 안치인은 요란한 음악에 맞춰 수 백 장의 카드를 뿌렸다. 당시 이 장면이 KBS TV의 ‘문화가 산책’에 소개됐는데, 이 프로를 본 한 국회의원이 이경성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게 예술이냐”며 항의를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행위예술 달걀 투척싸고 미술관과 시비」, 『세계일보』, 1989. 3. 30

1)1988년에 결성되었다. 초대회장에 윤진섭, 부회장에 한상근(무용), 이두한(미술), 자문위원에 강국진, 김구림, 무세중, 성능경, 심우성, 이건용, 이만방 등이 위촉되었다.

2)나우갤러리 기획의 [예술과 행위, 그리고 인간, 그리고 삶, 그리고 사고, 그리고 소통전](1989.7.7.-17) 의 참여 작가들임.

3)2018. 3. 20. 이두한과의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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