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친근하고,가까운 과거~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박물관기행] 친근하고,가까운 과거~ 배재학당역사박물관
  • 현창섭 기자
  • 승인 2011.04.2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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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근처, 정동길 주변에서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참 좋겠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빌딩 숲 뿐인 도시에서 1세기를 훌쩍 넘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는‘배재학당 동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처럼 그 자리에 숨 쉬고 있는 빨간 벽돌의 아담한 건물은 위로 솟아오르는 것만이 최고 가 아님을 보여준다. 올 봄엔 점심 먹고 여유를 좀 내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가 볼 일이다. 

▲박물관 전경.  아름다운 건물이 인상적이다. 

배재학당은 1885년 미국인 북감리교회 선교사‘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이다. 고종 황제는 친히‘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라는 이름의‘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당시 명필 이었던‘정학교’에게 글을 쓰게 해 현판까지 내렸다.
120여년의 역사동안 배재학당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것이 슬픈 역사이든, 기쁜 역사이든 역사자체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고스란히 우리 곁에 함께 있다. 배재학당의 역사는 우리의 어제이며 오늘이다. 그리고 미래이다.

박물관 둘러보기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에 꼭 감상하고 넘어 갈 것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건물이다. 박물관 건물은‘배재학당의 동관’으로 서울시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1916년 준공한 근대 건축물로 아펜젤러가 전인 교육을 실시하며 실제 교실이 들어 차있던 건물이다.

2008년 7월 배재학당 동관은 건물의 외관을 유지한채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먼저 1930년대 배재학당의 교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당시 교실을 재현 해 놓은 곳으로 그 당시 책상에 직접 앉아볼 수도 있으며 그 당시 교복을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특히 배재학당을 소개하는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는데 배재학당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하인을 안 데리고 다니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는 신분과 연령을 초월한 교육 철학이 인상적이다.

교실을 나와 전시실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배재학당의 역사와 만날 수 있다. 먼저 고종황재가 직접 하사했으며 당시 명필인 정학교 에게 쓰게 했던  <배재학당현판> 과 당시학생들이 직접 인쇄하고 사용했던 교과서도 볼 수 있다. 조선후기 정치가 유길준의 서양기행문으로 친필 서명이 담긴<서유견문>도 놓치지 말자.
연결된 전시장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배재학당의‘명예의 전당’에 서게 된다. 이승만, 주시경, 나도향, 김소월  등 우리근현대사의 중요 인물들을 조명해 놓고 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배재학당 강당에 있던 피아노 

배재학당은 전인교육의 일환으로 체육활동을 장려 했는데 축구, 야구, 럭비, 수영 등 체육활동에 관한 소개와 트로피도 볼 수 있다.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도 귀중한 자료다.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배재학당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당시 교사진과 교육과정 졸업장 및 학생수첩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배재학교를 다녔던 모든 졸업생들의 이름을 졸업 연도별로 검색할 수 있는 검색대는 배재학당을 졸업한 분들에게 특히 호응이 좋다고 한다.
유서 깊은 학교의 졸업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아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축구선수‘차두리’나 한류스타‘배용준’도 배재 출신이라니 시간되시면 재미삼아 한번 찾아보시길. (단 그들의 졸업 연도를 알아야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배재학당의 설립자‘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와 그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재학당의 교장이 된‘헨리 다지 아펜젤러’또 초기 기독교 선교사들의 생활과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헨리 다지 아펜젤러’가 쓰던 책상과 타자기 그리고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피아노도 감상할 수 있다. 

특별 기획 전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특별 전시다. 현재는 소장유물 특별전인 <텬로력뎡> 과 <졸업앨범 : 배재학당125년의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텬로력뎡>
개관 1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전시인 <텬로력뎡>은 그동안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기독교 소설<텬로력뎡>의 목판을 공개하고 있다.
<텬로력뎡>은 존 번연의 기독교 소설인 <천로역정> 제1부를 선교사‘제임스게일’과 그의 아내‘헤리엇’이 번역, 배재학당의 자체출판사인‘삼문출판사’에서 1895년 출간한 것으로 영문으로 된 소설을 완역, 출판한 최초의 한글 번역서이기도 하다. 

 
크리스천 이라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뚫고 멸망의 도시로부터 천국의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19세기 말에 활동한 풍속화가‘기산 김준근’의 삽화가 어우러져 흥미롭다. 번역자인 게일 선교사가 원산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할 때 그 지역에서 활동하던 김준근 에게 부탁한 것으로 추정되며 외국의 이야기를 한국적인 인물과 그림들로 풀어낸 것이 아주 재미있다.


가령 등장인물들이 한복을 입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천사를 선녀로 표현한 부분 등이 이채롭다.
당시 개항장을 드나들던 선교사들이 먼저 알아보고 그림을 수집해 가면서 김준근의 그림은 외국에 먼저 알려지기도 했다. 이 기획전 에서는 <텬로력뎡>의 목판원본과‘기산 김준근’의 다른 풍속화들도 같이 볼 수 있다. 

<졸업앨범 : 배재학당125년의 이야기>
개관 2주년 기획전으로 전시되고 있는 <졸업앨범 : 배재학당125년의 이야기>는 졸업앨범을 통해 125년의 배재학당을 살펴본다.
1910년, 1920년 졸업앨범의 탄생 때부터 1970년대의 졸업앨범 속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슬픔과 암흑, 그 시대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다.

배재학당 졸업 사진의 첫 기록은 1914년 교사와 학생의 상반신 사진들을 모아 큰 기념사진으로 만든 한 장짜리 졸업앨범 이었다. 그 후 1917년이 되면 가운데 학교의 전경이 들어가며 교명과 졸업연도도 표기되며 꽃무늬 같이 약간의 디자인적 요소들도 추가된다. 1930년대로 넘어오면 졸업 앨범이 아주 재미있어 진다. 시기상으로는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시기지만 오히려 가장 희망에 차있고 익살스러우며 창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1940년대는 일제군국주의의 심화로 졸업앨범에 군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장하며 60,70년대는 반공과 새마을운동의 모습도 드러난다.
졸업앨범은 그냥 지나쳐 보면 배재학당의 사진일 뿐이지만 그 어떤 물건 보다 그 시대의 생활을 잘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 역사의 정직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경주 수학여행 1933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우리가 지금 어디서 있는지 매우 친근하게 보여주는 역사다. 가까운 과거로 우리를 초대해 우리가 살아왔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그 역사는 기쁨이기도 하고 슬픔이기도 하지만, 창피하기도,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역사는 우리를 가르치려 들거나 채근하지는 않는다. 그저 오래된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칼자국도, 눈물자국도, 치아를 드러내 웃는 하얀 미소까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http://appenzeller.pcu.ac.kr
문의 : 070-7506-0072
관람료 : 무료
관람시간 : 매일 오전 10시~ 오후5시
                   (토, 일 포함)
휴관일 : 월요일, 법정 공휴일

[인터뷰 / 김종헌 관장]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무엇보다 건물이 아름답습니다.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궁금합니다.
1916년에 지어진 교실입니다. 스팀이 작동된 최초의 건물이기도 하고요. 그 당시 실제로 교실, 교무실로 사용되던 곳 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배제학당에는 운동부가 많았습니다. 야구, 축구, 정구, 수영 등 30여개 스포츠가 배재 학당에서 시작됐죠.
창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가‘전인교육’중점을 두고 스포츠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 경제사 등의 교육을 그 당시 우리나라에 처음소개하고 가르쳤으며 전 과목 영어로 수업이 진행 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입니다.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희 박물관은 사람들에게“왜 배재학당이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 인가”를 보여드리기 원합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오셔서 배재학당과 정동제일교회를 짓고 당시 정동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서양식 문화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 변화의 모습들을 보신다면 흥미로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 교육장소로서 한사람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교육을 통해 한 사람을 어떻게 바꾸고 성장시키는가를 배재학당을 거쳐 간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적인 문화와 서양의 문화를 어떻게 접목시키려 했는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주면 기념 특별전으로 <졸업앨범 : 배재학당 125년의 이야기>가 전시 중에 있는데요,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시대 순으로 우리역사가 얼마나 많이 변해 왔는가를 앨범을 보며 정리해볼 수 있는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또 그 당시 선생님과 동기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영향, 어떤 학생이 어떤 선생님의 밑에서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박물관을 찾아오실 분들에게 전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은 배재학당 졸업생이나 구성원들을 위한 박물관이 아닙니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을 통해서 한국의 근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