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육군 대령 ‘방희영’ 책에서 말하다
예비역 육군 대령 ‘방희영’ 책에서 말하다
  • 권대섭 기자
  • 승인 2011.04.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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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땅이 꺼져라 한숨 짓는 건 정말 싫다> 출간... 긍정과 희망 메시지 전해

예비역 육군 대령 방희영(62).
1993년 9월 1일 그는 대령으로 진급했다. 순풍에 돛단 듯 장군까지는 시간문제인 듯 했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이 찾아 왔다.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명랑했던 아내에게 갑작스레 정신병이 온 것이었다.
추석 때 처가에서 올케와의 언쟁이 불씨가 됐다. 그날 이후 그는 감당하기 힘든 아내를 되잡아 끌고, 비뚤어지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내며 풍비박산 직전의 가정을 지키기에 바빴다.

나이 드신 노모 역시 심한 치매를 앓고 계셨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1남 1녀의 남매 중 아들은 중국 천진에 있는 남개대학교를 나와 영어강사로 성장했고, 딸 은 선문대학교와 미국‘커네티컷’주 브리지포트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곳 한인회 사무장으로 일하며 석사과정에 있다.

아내 병마 수발들며...장군 진급 좌절에도 굴함이 없어
자력과 경력에서 장군 진급이 확실하던 그가 진급 실패 후 서울로 올라 와 국방부 정보기획관에 응모, 추천위원회에서 1위가 되었지만 장관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모든 시련과 역경을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으로 받아들인 그는 뼈저린 체험과 마음 속 깨달음을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냈다.

정신 병의 아내와 치매인 노모와 함께 살며, 낮에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며 노모의 매끼를 챙기고 수발드는 일을 했다. 그가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건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그동안 가슴 깊이 묻어 뒀던 비밀들, 살아온 날들의 추억들, 질곡의 시간들을 견디며 쌓인 회한들을 추려서 썼다. 그것이 바로 <땅이 꺼져라 한숨 짓는 건 정말 싫다>라는 제목의 책이 되어 나왔다.

그의 고향은 북녘 땅 평양이다. TV에 나오는 인민군대 열병식이 열리는 김일성 광장 근처이다. 6. 25가 터지자 갓 돌이 지난 그는 1. 4후퇴 때 어머니 등에 업혀 평양에서 서울까지, 다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천리를 걸어 내려 왔다. 그의 기억에는 용두산 언덕받이 판자촌에서의 생활이 남아 있다. 아버지는 당대 제일의 성악가로 이름을 날리던 방혜근(方惠根)씨였으나 전쟁이 나기 전 이미 인민군에 끌려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는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계부의 성을 따라 이씨로 살아왔던 것.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그는 육군 대령으로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차장을 끝으로 31년 4개월의 군 생활을 마감했다. 전산 전문장교로서 미국과 영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엘리트 장교였지만 장군 문턱에서 최첨단 정보화군을 만들어 보려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선 인생의 어떤 어두운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33년 결혼생활 중 17년을 정신병 아내와 함께 살아왔다. 풀린 눈동자로 빈 하늘을 쳐다보며 너풀거리는 아내 모습을 보며‘저걸 어떻게든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그러면서 많은 세월을 살았다. 그런 아내와 함께 마땅히 살 곳도 없는 처지였으나‘사람에겐 언제나 길이 있다’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기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살리며 살아왔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밝고 환한 내일은 반드시 온다
그는 지금 아버지가 가장 그립다. 누군가 인생을 한 번 더 살아 보겠느냐라고 한다면 ‘NO’라고 하겠지만 아버지와 함께라면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단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그에겐 평생의 한이다.
<땅이 꺼져라 한 숨 짓는 건 정말 싫다>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그는 남모르게 겪어 온 애환과 시련들을 슬픔과 눈물을 자아내게 하기보다 여러 에피소드로 엮어가며 진솔하고 꾸밈없이 유머스럽고 재미있게 기술했다.

▲이태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을 때

그는 특히 책을 통해 6. 25 전쟁의 비극을 후세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주고, 삶의 시련과 고난은 하나님의 은혜이자 축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 흔적이 보인다.
6. 25세대로서 자칫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그저 덤으로 살아가는 무의미한 삶이 아니라 하루 해가 질 때 더욱 찬란히 토해내는 붉은 광채가 웅대하고 아름답듯 노년의 삶을 붉게 물들이는 열정과 제2 청춘의 길을 후배들에게 제시하고자 했다.

늙고 병든 부모 모시기를 꺼리고, 쉽게 헤어져 자식들을 돌보지 않으려는 세태를 보며 자기의 삶과 체험이 조금이라도 귀감이 된다면...그리고 모든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항상 길이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내 잔은 늘 넘쳐 흐른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겠습니다. 밝고 환한 내일은 반드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