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 칼럼]나르시시즘과 고대문명
[옴부즈만 칼럼]나르시시즘과 고대문명
  • 이원재/(사)한국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06.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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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ego)는 결코 나쁜 단어가 아니다. 라틴어로 그냥‘나’다. 그런데 이 단어가 학자들에 의해 ‘이즘’(ism)이라는 도그마로 편입되면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며 사회 부적응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만평작가 고경일 교수가 이번에도 특유의 멘트와 작품으로 독자에게 비수를 날렸다.

김기덕 영화감독의 신작출시를 두고 ‘분노한 나르시스트 김기덕’이라는 제목으로 만평을 내놨기 때문이다.가만 보니 영화감독 김기덕씨가 요새 화두다. 지난 해 겨울“제자들에게 배신당하고 시골에서 폐인처럼 산다”는 기사를 본 지 몇 개월 안가 자신이 출연하고 연출한 다큐형식의 영화‘아리랑’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에 대한 그의 소회와 분노를 표현했단다.

이는 몇 년전 그가 아끼던 제자였던 장훈 감독이 공동작업한 시나리오와 시놉을 들고 대형영화제작사로 이직하고 첫 입봉작으로‘영화는 영화다’로 성공한 반면 김기덕 감독 자신은 저예산영화를 준비하다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몇 년동안 잠적했던 사건이 발단이다.

그런데 고경일 교수가 5월 25일자 만평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김기덕 감독을 집어넣고 나르시스트라고 표현했다. 흔히 이기주의로 표현되는 에고이즘을 표현한 것일까? 그 다음 글도 인상적이다.

“신작 아리랑은 감독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자본의 논리에 빠져있는 영화계와 정부에 대해 내뱉는 독설이라지만 '질문하는 사람', '대답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이 모두 김기덕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말이 된다”

참고로 김기덕 감독은 한때 1996년 데뷔작 악어부터 시작해 유럽 영화팬들로부터 ‘김기덕’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섬’(2000), 주한미군부대에 사는 혼혈아와 미혼모를 다룬 ‘수취인 불명’(2001), 여성들이 주최가 된‘안티 김기덕 카페’를 탄생시킨 화제작‘나쁜남자’(2001)와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사마리아’(2004)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영화계와 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돈벌이 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독립영화사를 차리고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등 많은 일을 벌였지만 결국 국내 재벌이 만든 대형영화제작사에 자신이 아끼던 후배 동료를 뺏기고, 지난 해 겨울 시골에서 알거지가 된채 홀로 영화 제작을 한 것이다. 무릇 문화 혹은 영화는 이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작품이 세상밖으로 나왔다고 본다.

 여기서 잠깐.. 대체 글 제목을 왜 나르시시즘과 고대문명이라고 올렸을까?  그 다음 날짜 메인에 소개된 고대유물관련 기사내용을 살펴보자.“고대 음악유물과에서 최근까지 이르는 이땅의 악기흐름과 음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특별전’이 열린다. (이하 생략)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국악원이 함께 기획한‘우리 악기, 우리 음악 특별전이 그것이다”

현재가 먼 미래로 넘어가면 국내영화도 유물이 된다. 그렇다면 고대문화의 산실인 음악유물처럼 역사가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긍부정을 떠나 먼 훗날 이 글을 쓴 기자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빌어“당시 우리 영화감독 김기덕 우리 영화 특별전이 그것이다”라고 표현한다면 수 백년뒤 아니 수천년뒤 나르시시즘으로 평가받은 김기덕 감독은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 고경일 교수와 모두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