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벤학원 35년간 수학여행, 역사 바로 알리기
지벤학원 35년간 수학여행, 역사 바로 알리기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5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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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후지타 테루키요 이사장의 마지막 방문 ‘환영연’ 열어

35년 동안 매년 오직 한국으로만 수학여행을 오며 한일관계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해온 일본학교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오지철)는 그 주인공인 일본 관서지방 명문 사학의 후지타 테루키요 지벤(智辯)학원 이사장의 35년째 한국 방문을 기념해 지난 23일 롯데호텔에서 환영연을 열었다.

이날 환영연에서 후지타 테루키요 이사장은 산소 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35번째이자 마지막 방문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지난 5일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면서도 한국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리는 나의 35년 로망이니까요. 건강을 조금 되찾아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그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에게서였다.

“한국은 일본의 원류이며, 형님과도 같은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교육 받았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저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청소년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화의 뿌리를 찾고 아이들에게 ‘한국’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1975년 한국으로의 수학여행을 시작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 때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경주에서 작은 국기를 들고 한국 사람들이 환영하던 첫 방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차까지 동원해 달갑지 않을 일본사람들을 VIP 대접해주던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생존해있던 이방자(1901~1989)여사가 창덕궁에서 고운 한복차림으로 맞아주던 모습도 눈앞에 선합니다”

수학여행을 통해 양국의 청소년들이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 온 후지타 이사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생의 반을 한국으로의 여행을 통해 뜻하지 않은 만남에 대해 말했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을 알게 된 것은 행운입니다. 매년 방한 때마다 항상 식사에 초대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978년 3번째 방문에서 만나 지금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35년 간 한국 친구들을 만나 민족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눈 것은 일생의 보물입니다”

지난해 ‘한국 수학여행 30여 년의 발자취-일본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책도 낸 그는 “긴 세월 노력해온 것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아 슬픕니다. 하지만 한국으로의 수학여행은 교장을 맡고 있는 세 아들이 계속 이어가리라 믿습니다. 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서로 화합하고 동아시아의 발전에 힘 모아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며 감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봉기 글로벌 마케팅 과장은 “이라크전쟁 발발, 사스(SARS) 확산 등 국제적인 문제들로 해외 수학여행이 어려운 시기도 많았다. 특히 한일갈등의 시기도 있었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해 단 한 해도 빠짐없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후지타이사장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의지에 경의를 표했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은 축사를 통해 “지벤학원은 많은 일본인이 국내에 수학여행을 오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견우와 직녀처럼 1년에 한 번씩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고 위로와 격려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이사장님의 교육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한일교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실천을 존경한다. 지벤학원과 학국과의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영연에서 한국관광공사와 롯데관광은 후지타 이사장에게 감사패와 기념품을 증정하고 후지타 이사장은 손수 준비한 선물을 전했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이 천 마리 학을 그려놓은 대형청자를 선물하자 후지타 이사장은 한국말로 “와우~”하고 탄성을 질렀다. 또한 최태성 한국수학여행협회 회장의 “위하여~” 건배 제의에 함께 “위하여~”를 외치기도 했다.

아래에는 환영연 행사 스케치

▲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의 선물에 한국말로 '와우~'를 내뱉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후지타 지벤학원 이사장.
▲ 한국관광공사의 선물에 고개를 숙인채 손을 모아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하는 후지타 이사장.
▲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이 축사를 통해 후지타 이사장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다.
▲ 32년 우정의 후지타 이사장과 김기병 회장이 잔을 부딪히고 있다.
▲ 아픈 몸을 이끌고 온 한국 방문을 축하하며 기뻐하고 있는 후지타 이사장.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