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학술회의 성황리 열려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학술회의 성황리 열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1.09.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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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관계자들 대거 참석, 타쿠미에 대한 재조명과 정신 기려

올해는 유난히 일본과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양국 사이의 긴장감이 팽배한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아사카와 타쿠미에 대한 학술회의가 개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조선을 조선사람보다 더 사랑한’이란 전제가 붙는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학술대회는 지난 5일 프레스센터에서 한 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사카와 타쿠미

 이날의 주제는 ‘시대의 국경을 넘은 사랑: 아사카와 다쿠미의 임업과 한국민속공예에 관한 연구’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비롯 조만제 아사카와 현창회 회장,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이 , 김석권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과장, 문옥배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가 일본에서는 이나가 시게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소설「백자의 사람」 저자 에미야 다카유키, 하시모토 요리미츠 오사카대학 교수와 서울 청담고와 청량고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사카와 다쿠미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토록 한일양국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시기에 그의 업적에 대해 학술회의까지 열게 된 것일까? 

▲참석 내빈과 아사카와 타쿠미의 고향인 일본 야마나시현 호쿠토시와

아사카와 다쿠미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 임업시험장에서 근무하며, 잊혀져가고 있던 조선의 민예품과 도자기를 수집, 보존, 연구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1914년 24세의 나이로 조선총독부 산하 임업사무소의 용원이 되어 조선에 부임하게 된다. 그는 당시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던 조선의 산림을 푸르게 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조선 산림녹화에 대한 그의 노력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울창한 산림을 만들어지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아사카와 다쿠미의 임업분야 업적에 관해 발표에 나선 국립산림과학원 김석권 박사는 “그가 임업시험장에 근무하면서, 주요 수종에 대한 양묘시업 기준을 마련하였으며, 치산녹화 기반기술의 터전을 마련하였다”라고 임업분야에서 그의 공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사카와 다쿠미는 실제로 조선민속공예분야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의 친형은 ‘조선 도자기 귀신’이라 불리는 아사카와 노리타카(1884~1964)이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임업시험장에 근무, 전국을 돌며 산림녹화에 힘쓰는 한편 전국 각지의 가마터에서 도자기 파편을 구해 노리타카에게 전해 형의 도자기 연구에 기여했으며, 자신 스스로는 조선의 소반을 수집, 보존, 연구에 전념했다.

민속공예분야에서 그의 노력은 1924년 야나기 무네요시와 그의 형 노리타카와 함께 집경당에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또한 그는 총 다섯 권의 조선공예에 관한 책을 집필해 조선민속문화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 문옥배 전무이사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아사카와 다쿠미의 조선민속공예분야 업적이 더욱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축사를 하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 자리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일 관계에 있어 얼음장 얘기를 많이 한다.그러나 찬 얼음장 밑에는 4℃라는 따스한 물이 흘러 물고기나 생명체가 유지하고 있다”는 비유를 들며“(한국과 일본이)역사와 지역을 넘어서서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다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행사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요사이 생태학이란 말을 많이 쓴다. 생태경제 생태산업 등 문화전반에 이콜러지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3S가 합쳐져서 이뤄진다”며 “첫째 S는 Soil(흙,자연)으로서 모든 생명을 가진 것은 흙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자연 흙만이 아니라 거기서 살고 있는 인간은 특히 마음, 즉 Soul(영혼)이 있어야 하며 자연(흙)과 마음만 갖고 살 수 없고 사회(Society)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세 개가 제각각 노는데서 현대의 비극이 생겼다.”고 지적하고 “이것을 다 같이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얘기하는 생태계의 복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학술회의는 이 3S가 결합되는 살아있는 가장 큰 모델로서,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져 주신 분, 바로 오늘 우리가 추모하고 함께 그 업적을 미래에 이끌어가는 이 세미나의 중심이 되는 아사카와 타쿠미선생의 한국 업적을 기리고 깊이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자리다“ 며 ”이제 관광객들이 몇 십 분 서서보는 문화가 아니라 좀더 깊이 심장 속으로 얼음장 밑의 따뜻한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늘날 학술회의가 꼭 필요하다.“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관광의 눈높이를 높여 이제는 관광객들이 쇼윈도로 들여다 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아니라 그야말로 100년 뒤에 우리가 함께 생명을 나누는 한중일 문화의 생태계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보다 나은 문화발전을 위해 큰 도움을 주신 분께 감사와 존경과 뜻을 담아 축사를 맺고자 한다“고 아사카와 타쿠미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 관계자. 이 행사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조만제 아사카와 다쿠미 현창회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아사카와 타쿠미의 저서 「조선의 소반」의 한구절을 소개했다.

‘피곤에 지쳐 있는 조선이여,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기보다 지니고 있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자신에 찬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은 공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는 이 구절은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역설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일 양국의 저명한 관계자들이 참석해 균형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는 조만제 아사카와 현창회 회장, 김석권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과장, 문옥배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가 일본에서는 이나가 시게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소설「백자의 사람」 저자 에미야 다카유키, 하시모토 요리미츠 오사카대학 교수가 연사로 참석하였으며, 재일본한국인문화예술협회 하정웅 회장은 양국의 균형잡힌 시각에서 아사카와 다쿠미의 업적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서울국제친선협회 주최로 일본국제교류기금, 수림문화재단 협찬과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 포천시ㆍ야마나시현 호쿠도시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