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국립박물관, 본질에 충실해야할 때다.
[컬쳐칼럼]국립박물관, 본질에 충실해야할 때다.
  • 윤 태 석(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1.09.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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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국립박물관은 20세기 불운했던 우리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온전히 자주적이지 못했던 형성과정과 용산에 터를 잡기까지 일곱 번의 이전, 그 과정에서 있었던 6.25전쟁과 부산피난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른 나라 박물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역경으로 점철된 질곡의 여정으로 아픈 우리민족사의 응축된 단면을 보는 듯 해 짠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고난의 역사를 뒤로한 지금, 국립박물관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가까이에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5월 입장료 무료화가 단행되었으며, 최초의 근대식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이 문을 연지 100년이 되는 2009년, 국립박물관의 맏형격인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박물관협회와 공동으로 8대 기념행사와 다채로운 세부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뉴스에 한 중심에 있었다.

특히, ‘여민해락(與民偕樂)’특별전은 우리민족 최고의 유물만 엄선한 전시로 100주년행사의 절정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2010년에는 관람객 수(306만7천909명)가 2009년(273만204명)에 이어 아시아 1위를 세계에서는 9위(2009년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영국 '아트 뉴스페이퍼‘ 발표)' 또한 그 여파에 힘입어 국립경주박물관이 세계 22위, 국립공주박물관이 세계 9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G20정상회담의 공식행사가 열려 세계의 변방 대한민국문화의 깊이와 우수성을 세계 속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큰 성과와 함께 참으로 분주히 달려온 몇 해였다.
2011년의 하반기로 치닫고 있는 오늘, 박물관은 올 여름이 그랬던 것처럼 세찬 폭우가 지나간 후의 평온함 속에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국립박물관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본업보다는 부업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정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박물관이 그래야만 하는 기관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크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국립박물관이 어떻게 가야할지를 고민해본다.
 국립박물관은 먼저, 보다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박물관의 일차적인 임무는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조사다. 이것이 없으면 전시도 교육도, 관람객에 대한 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우리사회의 큰 병폐중 하나는 자꾸 기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박물관 역시 고개를 돌려 초심을 자주 살펴야한다.

둘째, 정부는 관장의 임기를 일정기간 보장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벌써 네 번(이건무, 김홍남, 최광식, 김영나)이나 바뀌었다. 현 관장을 제외한 3명의 평균 임기는 2.6년이다. 그 중 제9대 김홍남 관장은 1년 7개월(2006.8~2008.3)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전시하나 기획할 수 없는 시간이다. 관장 직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상이 아님을 재인식해야 한다. 세계3대 박물관으로 평가되는 러시아 에르미타슈박물관의 경우 미하일 바리소비치(Михаил Борисович Пиотровский)관장이 1992년 7월부터 20년 가까이 박물관을 이끌고 있음은 시사점이 크다.

셋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물관 구성원 중 핵심은 연구직이다. 학예연구사와 보존과학자 등이 그들로,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이들이 해당 전문영역에서 양질의 연구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 성과를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대학의 교수평가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넷째, 정성적 성과를 지향해야 한다. 단순히 관람객 수를 가지고 세계 몇 위?, 면적은 몇 평방미터?, 소장 자료 몇 점? 이러한 지표는 진정한 성과나 규모가 될 수 없다. 박물관 관람의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 몇인지? 관람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은 어느 정도인지? 다문화가정과 장애우, 외국인이 느끼는 편의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 질적 성과도출을 지향해야 한다.

박물관 - 이제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가볍게 순간순간 변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국립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박물관은 800개가 넘어선 공, 사립, 대학박물관의 모범과 리더가 되어야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역사와 문화로 국격을 대변하는 상징체로 분명한 입지를 확보해야한다.

저희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이래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산 교육장’이라는 데 가치를 두고, ‘박물관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매 호마다 한 면을 할애해 꾸준히 국내 박물관 소개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한국박물관협회의 윤태석 기획지원실장이 독자여러분께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칼럼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실릴 글은 박물관의 현황과 제도․정책․ 체계․ 지원 ․활동․ 국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총 20 여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 약력>

▲경희대대학원 사학과 미술사전공 박사 수료 ▲국민대대학원 문화예술학과▲박물관학전공 박사 수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역임 ▲숙명여대대학원, 국민대대학원 강사 역임

[저서]▲(공저)한국박물관 100년사 ▲국립중앙박물관,한국박물관협회▲(공저)박물관교육의 다양성/문음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