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시]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 시인 박재삼
  • 승인 2011.09.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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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詩세계 /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네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그래, 올 가을에는 고향에 내려가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삶아 따라가자." 조상님 산소를 찾아 큰 절 두 번 올린 뒤 가을빛에 물드는 강가로 가자 은빛 억새 사이에 내 눈빛을 묻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 이제는 미칠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 소리 죽은 가을강" 을 바라보자. 그 가을강에 누가 흐르고 있는지 가만가만 살펴보자. -이소리 (시인,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