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황평우] 손으로 쓴 편지만 받아주는 우체국
[컬쳐칼럼-황평우] 손으로 쓴 편지만 받아주는 우체국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1.09.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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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총국, 손편지 무료발송 우체국으로

 

▲황평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우정총국은 국가 사적 제213호이다. 우리나라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경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다. 조선 말기 우편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으로 1884년에 설치되어, 그해 10월에 처음으로 우편 업무를 시작한 곳이다.

 

 당시 우편 업무는 중앙에 우정총국을 두고 지방에 우정국을 두는 구조체계를 갖추었으나, 갑신정변의 실패로 우정총국은 폐쇄되었다. 이후 1893년에 전우총국이라는 이름으로 우편 업무는 다시 이어졌고, 공무아문 역체국, 농상공부 통신부, 통신원 등으로 이어나갔다.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의 지붕 옆모습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 건물이다. 현재는 우정기념관으로 쓰이고 있으며 기념관 기능에 따라 일부를 고쳐 옛날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지는 못하다. 기념관 안에는 우표와 문헌,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이 건물은 처음으로 근대식 우편제도를 도입하여 국내·외 우편사무를 시작한 유서 깊은 곳으로 그 의의가 크며, 우정총국 개국식을 계기로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장소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필자는 우정총국을 지날 때 마다 문화재활용의 아쉬움이 남는다. 관람객이 잘 찾지도 않고 무슨 건물인지도 모른 채 유물 몇 점을 놓고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필자는 우정총국을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최근 진화된 전자매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고, 전자메일로 모든 것을 소통하고, 이외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빠르고 급한 전자도구를 사용해서 주고받는데 익숙해져있다.

 이런 빠름이 싫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필자는 일곱 달 전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그리는 수준이지만 한 획 한 획 느리게 집중 한다. 그리고 붓이나 펜으로 직접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 어른께 책과 편지를 써서 보냈다. 몇 날이 지나고 그 어른을 뵈었더니 책보다 편지가 기억에 남아 보관하셨다고 한다.

 필자는 문화재를 공부하며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문화의 특질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 배웠다. 이것은 느리지만 깊이 생각하고 의미를 간직하라는 뜻일 것이다. 손으로 편지를 써보자. 삶의 맛이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는 노래, 가을 우체국 앞 등 편지를 소재로 한 노래에 사람들은 따뜻하게 감정을 교감한다.

 우정총국을 손으로 쓴 편지에 한해서 무료로 보내주는 우체국으로 바꿔보면 어떨까한다. 그야말로 옛날식 우체국으로 말이다. 조계사 경내를 천천히 걸어보며 생각도 하고, 우정총국 마당에서 편지를 써서 부모 형제들, 그리운 사람, 고마운 사람, 화가 나는 사람, 오랜 친구들 등등에 편지를 써보자.

 느리게 글을 쓴다는 것은 격한 마음도 냉정하게 하고, 미움도 그리움으로 변하게 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손으로 쓴 편지는 무료로 보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하루 몇 천통을 무료로 보낸다고 난리가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민의 감성지수가 높아져 사회공헌이익이 더 많을 것이다. 관리당국은 안 되는 이유만 생각하지 말고 되는 방향으로만 이일을 진행해보자.

 우정총국 직인이 찍힌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감동을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