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명기 서울시 공공디자인과 도시빛정책팀장
인터뷰-이명기 서울시 공공디자인과 도시빛정책팀장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0.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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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명이 인간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폐해. '빛의 역습' 이대로 방치해선 안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밤하늘의 별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대기오염 탓도 있지만 '빛공해'의 영향이 더 크다. '빛공해'란 불필요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명이 인체나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지칭한다. 과도하고 무분별한 조명이 밤하늘의  별빛을 사라지게 하고 철새들의 길을 잃게 만들고 있다. 여름철엔 환한 조명으로 인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한 매미가 하루 종일 울어대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명기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공공디자인과 도시빛정책팀장
그 뿐 아니다. 대형빌딩과 시내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쏟아지는 불빛들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너무 밝은 가로등, 이웃집의 지나친 조명이 숙면 방해와 두통을 일으키고 에너지 낭비는 물론 인간의 생체리듬이 망가지고 생태계 파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인구 천만명을 훌쩍 넘긴 거대 서울의 조명환경을 시민중심의 친환경적으로 바꿔 빛과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상생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고마운 사람이 있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공공디자인과 도시빛 정책팀장 이명기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만 30여 년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01년 7월 서울에 폭우가 쏟아져 가로등을 비롯한 전기시설물 때문에 19명의 시민이 감전사한 사고를 목격하고 안전대책 문제를 고민하면서 '빛 공해'에 주목하고 '서울의 밤 재탄생'과 '창조적 도로조명'이라는 책을 쓰고 '빛 공해' 추방을 위해 지금까지 고군분투 중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법  찾는 것 해법

빛공해에 대해 그는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자신의 편리를 위해 남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과도한 빛 사용과 조명기구의 부적절한 사용, 누출광 등으로 인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빛환경을 형성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이 모두 빛공해다. 조명기구의 용도별, 지역별 설치기준이 각각 달라서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생(相生)을 잃으면 모두 빛공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또 '빛 공해'에서 벗어나려면 관계 법령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비를 들여 유럽을 여섯 번이나 오가며 선진국의 실태와 제도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며 조례 초안을 만드는 등 조례안 제정에 힘을 쏟았다. 그의 노력은 2010년 7월에 결실을 맺었다.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 관리조례'가 제정되고 실행을 위한 규칙도 올해 1월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회에 상정된 '빛공해 방지법'이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전국이 다함께 빛공해 추방에 나서지 못하고 서울만 빛공해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빛공해 방지법은 올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공고를 졸업하고 서울시에 들어와 서울시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있는 이명기팀장. 현재 서울시 조명과 관련해서는 이 분야 최고 직급의 사무관이다. 그는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방통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내년에는 빛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인공조명이 인간과 생태계, 그리고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발표한 '서울의 밤' 논문에서 여러 사례를 밝혔듯이 "인공조명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하며 " 밤에만 생성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야간에 빛에 의해 인체리듬이 교란되면 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 불을 켜고 잠을 자면 잠효율이 93%에서 77%로 뚝 떨어져 숙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또 "빛은 벼 이삭을 피우는 것을 방해하고,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잃게 하고, 반딧불이의 종족보존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고, 천체관측에도 장애요소가 된다. 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것도 조명 때문이다."고 조명의 폐해를 지적했다.

빛공해 난제 해결위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 하루 빨리 통과 시켜야

도시빛 정책팀장으로 근무하는 그는 하는 일도 많지만 고민도 많다. 더 이상 '빛 공해'를 방치해선 안되는데 혼자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공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은 드물다. 빛 공해도 그런 맥락이다. 경복궁에 처음 조명이 켜졌을 때 모든 사람은 조명을 선의의 빛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서울이 거대도시로 변하면서 빛의 역습이 시작됐다. 조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 서울의 조명환경을 시민중심의 친환경적인 조명으로 탈바꿈시켜 빛과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상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이명기팀장.

그는 행정일선에서 물러나면 조명연구소를 설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뜻 있는 사람끼리 뭉쳐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지구환경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고 싶고 기회가 닿으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한다.

2007년 작성한 창조적도로조명환경연구에서 강조한 광학기법 연구도 더 발전시키고 싶단다.

◆자비들여 500년뒤 경복궁 중건할 일 생각해 자비들여 1천그루 선산에 키우는 애국자

그는 보기에 따라서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도 하고 있다.
자비를 들여 금강송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금강송을 키우느냐고 묻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어서 조심스럽다"면서 "향후 4백 혹은 5백년 후에 언젠가 경복궁을 다시 중건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때 내가 키운 금강송이 경복궁 기둥으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5천년 역사 동안 임금을 중심으로 면면을 이어왔는데 왕실이 재건된다면 자신이 키운 금강송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며 웃는 그다.

광역단위 조명정책과와 기초단체 조명전담 부서 설치 시급 

전문가들은 좋은 빛환경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빛공해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하고, 법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광역단위에는  조명정책을 다룰 과를 설치하고, 기초 시 군 구에는 조명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빛공해를 방지하면 에너지 절감에도 크나큰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현재 상태에서 잘 관리하면 50%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생태계 보호에 크나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민과 시민이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심히 지나쳐 왔던 우리 주변의 과다한 빛에 대해 다같이 관심을 가져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밤하늘을 쳐다 보며 윤동주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