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인들에게 고함
[데스크칼럼] 한국인들에게 고함
  • 권대섭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1.10.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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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겸손한 자세로 아시아 가족들을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권대섭 객원 논설위원
 10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국경절(國慶節)이다. 원래 중국에서 국경절 연휴는 3일에 불과하나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고, 중간에 끼인 날을 대체근무로 해서 보통 일주일을 내리 쉰다. 현대 중국 최대의 명절이 된 국경절은 1949년 10월 1일 모택통(毛澤東, 마오쩌뚱) 주석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전 세계를 향해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 출범했음을 선포한 데서 비롯됐다.

 이날 모택동 주석은 부패한 국민당 정권을 대만(타이완)으로 축출하고, 새로운 나라를 수립했음을 알리며 직접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게양했다. 이어 이 해 12월 3일 중앙인민정부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매년 10월 1일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일이자 경축의 날로 공식 지정함으로써 중국 국경절 연휴가 탄생하게 됐다. 봉건시대 황제의 즉위일이나 생일날을 국경일로 삼았던 데에 비하면 인민공화국의 정신을 살린 국경일 지정이라 할 만하다. 

 그 국경절을 맞아 중국 손님들이 서울의 백화점과 상가에 들이 닥쳤다는 소식이다. 약 7만 명이 관광객으로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들이 1인당 약 260만원 정도를 쓴다고 보면 대략 1820억원 정도를 뿌리는 셈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한국을 찾을 중국인을 200만명 정도로 예상하는데, 이들이 1년간 쓰고 갈 돈은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들을 맞을 숙박시설과 먹거리 ? 볼거리 등과 관련한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며칠 전엔 이와 관련한 기사가 한 신문의 지면을 대대적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자가 보기엔 이보다 더 큰 문제가 한국 내부에 있다. 바로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다. 이른바 ‘짱깨이’나 ‘뗏놈’ 이라 부른다거나 중국인을 더럽고 가짜를 잘 만드는 족속으로, 한국보다 못한 나라 국민으로 보는 인식이다.

 아마 이런 인식의 저변에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먹고 살만하게 된 한국인들의 자만심이 깔려 있을 것이다. 등소평의 실용주의 개방노선 이전 중공시대의 낙후한 중국 이미지도 박혀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아시아 ‘신흥 4룡’(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이니, 세계 10대 무역국이니 하는 등 한국정부의 선전효과가 자국민들로 하여금 과장된 자부심(?)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물론 자기나라에 대한 긍지나 국민적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역사상 한국이 중국인에 대해 우월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기는 과거 5천년 동안 거의 없었다. 굳이 있다면 최근 수 십 년의 기간일 것이다. 그 외의 거의 모든 기간 동안 한국인의 조상들은 중국문명의 영향을 받으며 살았고, 스스로 ‘소중화’를 자처할 정도로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의 일부 한국인들이 좀 먹고 살만 해 졌다고, 중국인들을 낮춰보며 멸시하는 풍조는 어불성설이다. 어디 중국인뿐이겠는가. 얼마 전 물의를 일으켰던 ‘베트남 신부 사건’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벵글라데시 등 동남 아시아와 서남 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만 해도 결코 한국보다 못한 나라가 아니다.

 그들은 근래 100년 동안 프랑스를 스스로의 힘으로 물리쳤으며, 미국과도 싸워 이겨 통일을 이루었다. 그 전엔 몽골의 침입을 막아냈으며, 중국의 1000년 지배동안에도 자기들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키며 문화적 독자성을 확보, 독립을 이루어 냈다. 그것이 베트남이다. 필리핀 역시 6. 25와 그 이후 한 때 우리나라를 도와 준 나라다. 지구상 어디에도 한국인들이 멸시하며 낮춰 봐도 될 나라는 없다. 그런데 요즘의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문명을 추종하며, 좀 먹고 살 만 해졌다고 너무 자만하며 건방지게 굴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반한 감정’을 유발하고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말이다. 그 중 중국에서의 반한 감정은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예컨대 잘사는 이가 못 사는 이를 멸시하거나,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자가 있으면 그는 반드시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잃게 된다. 특히 강자의 우산아래 약자를 압박하는 데 앞장서는 자는 더 큰 미움을 받기 일쑤다. 그런 자는 결국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왕따를 당하게 된다. 잘 살수록, 강 할수록 겸손해야 하며, 약자를 배려할 줄 알며, 강자에게 빌붙어 약자를 능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잘 사게 됐다고, 낙후한 나라들을 낮춰보며, 그들 사이에 ‘반한 감정’을 유발한단 말인가.

 몰려오는 중국인들을 보며, 그리고 아직까지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해 ‘반한 감정’을 일으키는 ‘어글리 코리안’들의 못된 행태가 많음을 보며 새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인프라보다 숙박시설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은 그들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평소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