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토니상 6개 부문 수상의 연극 ‘레드’
[리뷰]토니상 6개 부문 수상의 연극 ‘레드’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10.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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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번뇌 그려 낸 배우 강신일 연기 돋보여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2010년 토니 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강신일 분)와 그의 조수 켄(강필석) 단 두 명만 출연하는 2인극이다. 오는 11월 6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연극 레드의 프레스콜 한 장면
 로스코와 켄은 예술이론과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질문과 답을 거침없이 주고받으며 서로를 자극한다. 오히려 이를 통해 젊은 조수의 켄은 스승 로스코의 잃어버린 열정과 믿음을 찾게 해준다.

 연극 ‘레드’는 극이 전개될수록 두 배우들의 연기 몰입이 눈에 띈다. 대사는 빨라지고 걸음걸이도 느긋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열정적이면서도 숨 가쁘게 전개된다. 두 배우가 무대 중앙에서 200호 이상의 작품을 순식간에 그려낸다. 새해 첫날 어둠을 뚫고 말갛게 솟아오른 해처럼 강렬하다.

 로스코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당신 심장을 멈추게 하는데 있어”라며 치열한 작품 활동의 번뇌를 고백하고 “블랙이 레드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에 접하면서도 의연하게 자기만의 길을 고집한다. 

 끝내 로스코는 백만장자들이 모이는 레스토랑에 자기의 작품이 걸리는 것을 거절하고 작품을 되돌려 받고 큰돈을 되돌려 준다. 이에 켄은 환호를 지르고 스승을 다독거리며 해고통지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떠난다.

 한편 배우 강신일은 무대 막이 오르기 전 우선 미술에 문외한이었다고 솔직하게 답한다. 이번 연극 ‘레드’를 준비하면서 그 문외한인 미술을 많이 배웠단다. 그는 기자의 긴 질문을 하얗게 지워버릴 정도로 이제 시작될 로스코 역에 몰입해 있었다. 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마크 로스코와 켄의 무대 흡인력을 통해서 또렷이 전해졌다.

 켄 역의 배우 강필석은 젊은 예술가들을 대변한다. 그는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말과 행동들을 스승과 객석에 던진다. 여기에 연극 ‘레드’ 속의 젊은 미술가의 길과, ‘레드’ 무대 밖 젊은 배우의 가는 길에다 원숙한 경험이 더해지면 배우 강필석은 분명 청출어람일게다.

 토니상은 미국의 극장 연합 및 제작자 연맹에 의해 창설된 상으로 앙뜨와네뜨 페리, 그녀의 애칭 토니를 두고 토니상으로 부른다. ‘연극의 아카데미상’이라고도 부르며, 세계 연극계와 뮤지컬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은 연극 부문과 뮤지컬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작품상ㆍ남녀배우상ㆍ연출상 등 모두 21개 부문에 대해 상을 수여한다. 수상 작품은 미국연극협회 평의원을 비롯한 유명한 배우와 연출가, 매스컴의 연예담당 기자 등으로 이루어진 782명의 선발 위원에 의해 수상작이 가려진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토니상이 공신력이 있고 흥행보증 수표인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각 부문별 4작품 4명을 후보로 선정하고 투표자격이 있는 700여명의 사람들에 투표에 의해 수상이 결정된다. 관객들이 토니상 수상작들을 외면하지 않는 이유다. 수상작 선정은 전문 지식인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브로드웨이에서 일하는 극장인, 스탭, 프로듀서에서 출판업자에 이르기까지 연극계의 중심적인 관계자 등 광범위한 사람들에 의해 수상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지난 2000년 영화 ‘빌리 엘리엇’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엇'이 미국 공연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2009년 '토니상' 10개 부문을 휩쓸었고 주목해야 될 뮤지컬로 인정받은 이유가 토니상 수상이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는 내년 2012년 8월부터 국내 창작뮤지컬축제가 시작된다. 스텝과 배우들이 수여하는 상도 생긴다는데, 국내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위해서 토니상이 좋은 모범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