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무형유산 가곡(歌曲) '풍류방에서 놀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가곡(歌曲) '풍류방에서 놀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0.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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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풍류방 가곡 남산에 울려 퍼진다

김홍도의 작품 중에 ‘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라는 것이 있다. 시사(詩社)는 시를 짓는 사람들의 모임을 말하고, 송석원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시인들이 모인 장소의 이름이다. 달빛 밝은 밤, 선비들이 둘러 앉아 시를 짓고 서로 읽어주며 평을 하는 풍경이 아련하다.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유산인 가곡이 남산국악당에서 오는 11월4일 펼쳐진다.

이런 자리에서 시를 읽는 사람은 아마도 나름대로 곡조를 붙여 멋들어지게 읽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시조를 한 수 읊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주로 듣던 노래를 정가(正歌)라고 한다. 정가에는 가곡(歌曲)과 가사(歌詞), 시조(時調)의 세 종류가 있는데, 가곡과 시조는 시조시를 가락과 장단에 얹어서 부르는 노래이고, 가사는 시조보다 긴 시를 노래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곡은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2010년 11월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가곡의 예능보유자였던 김월하 명인의 유지를 받들어 여창가곡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월하여창가곡보존회가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객과 관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옛 풍류방의 문화를 재현하는 공연 '가곡, 풍류방에서 놀다를 2011년 11월 4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마련한다.

가곡은 문학적 아름다움을 실내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 성악곡으로, 목소리와 실내악 선율의 흐름이 조화로움을 이루는 고품격의 우아한 노래이다. 남창과 여창으로 나누어 교대로 부르며 성별에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가곡만이 가지는 특징이다. 초삭대엽으로 시작해서 전통 음악 중에서 가장 느린 곡인 이삭대엽을 거쳐 점차 빠르고 흥겨운 곡으로 진행하다가 절정에 이른 후에는 다시 느린 호흡의 태평가를 부르면서 마무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남녀가 순서를 정해 교대로 한바탕을 노래하는 것을 ‘편가형식’이라고 한다.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눴을 엣 풍류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무대를 꾸민다.

가객의 목소리와 반주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곡마다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 한바탕을 다 듣고 난 후에는 여덟 폭, 열 두 폭 산수화 병풍을 본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현재는 무대 사정상 남창, 혹은 여창만으로 한 두 곡만 공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주회 ‘가곡, 풍류방에서 놀다’에서는 1800년대 후반에 기록된 가집(歌集) ‘가곡원류(歌曲源流)’에 확립된 편가형식을 바탕으로, 모두 17곡의 가곡을 두 시간 남짓 노래한다.

차와 함께 담소를 하며 노래를 했을 옛 풍류방의 분위기를 살려서, 연주자와 청중이 대담으로 감상을 나누며, 쉬는 중에는 차와 다과를 병행하여 여유롭게 가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남창 가객으로는 현재 가곡의 예능보유자인 김경배 명인, 5대째 국악의 가문을 잇는 이동규 명인을 비롯해 가곡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박문규, 이오규, 하주화, 이정규, 홍창남 등이 출연하며, 여창은 지난 시대 최고의 가객이었던 김월하 명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참여하는데, 현재 가곡의 예능보유자인 김영기를 비롯해 이승윤, 변진심, 황숙경, 조일하, 경덕명, 강권순, 김윤서 등이 그들이다.

또한 마지막 태평가에 이르러서는 현재 가곡을 공부하고 있는 이수자, 전수자의 젊은 가객들이 합창으로 참여해 가곡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주는 각 분야의 중견 명인들이 모여 풍류 음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일요풍류회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