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한국 전통 마당놀이를 만나면?
셰익스피어가 한국 전통 마당놀이를 만나면?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1.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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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극 ‘십이야’, 우리 스타일로 재탄생

고전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도 이해되고 공감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 온,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십이야(十二夜)'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극단 여행자’와 함께 우리들에게 선보인다.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9차례 무대에 오르는 '십이야'는 서울남산국악당이 '전통, 새옷으로 갈아입다'라는 기획으로 전통예술의 타 장르와 컨버젼스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해외 고전을 한국의 미학과 전통을 접목시켜 새로운 해석과 이미지의 무대를 선보여 온 ‘극단여행자’가, 그들의 주요 레퍼토리 '한여름 밤의 꿈' 이후 제작한 야심작 '십이야'는 특별히 한국 전통의 마당놀이를 세계 고전과 접목시켜 보다 한국스러운 멋과 음색을 우리만의 스타일로 담아낸다.   
 
‘극단여행자’가 2008년 초연 이후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십이야'는, 남자배우 11명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  남사당패의 놀음을 연상케 하는 이번 작품은 ‘남장여자’로부터 비롯되는 얽히고 엮이는 사랑의 에피소드와 코미디를 남자 배우들이 위트와 해학으로 풀어내는데 남자배우들만 등장하다보니 보다 역동성 있고 흥에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극단여행자’가 '맥베드'에서는 십이간지를,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별자리 이름을 붙였다면 이번 '십이야'에서는 우리 꽃 이름을 가져온다.   좌충우돌 헤프닝 속에 결국 사랑을 이루고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이 유쾌한 사랑이야기에는 아름다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 고운 자태와 열매, 겨울을 이기고 대지를 피어나는 강인함이 있지만 그 강인함보다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꽃이 이 작품에 사람들로 피어난다.
 
사람, 사랑, 꽃의 아름다움에 착안해 등장인물을 토종 야생화의 이름으로 바꾼 이 공연은 쌍둥이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청가시’와 ‘홍가시’로, 오시노 공작은 ‘산자고’, 섬처녀 올리비아는 ‘섬초롱’, 올리비아의 삼촌 토비 경은 ‘맥문아재비’, 놀고먹는 식객 앤드류는 ‘패랭이’, 바다사람 안토니오 선장은 ‘해국’, 노랫광대 페스테는 ‘꼭두서니풀’, 집사 말볼리오는 ‘쑥부쟁이’, 유모 마리아는 ‘비수리’, 하인 페이비안은 ‘구술붕이’로 캐릭터의 성격과 국어와 영어의 어감을 고려해 이름을 붙였다. 이에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 악의 없이 전달되는 삶의 즐거운 유머와 재기발랄한 위트, 천성이 따듯함에서 묻어나오는 진실한 마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연정은 각기 우리 꽃이름과 잘 어우러진다.
 
또한 극단여행자의 '십이야'에는 곳곳에 숨겨진 감각적인 인용과 접목 등의 위트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공연 중 등장하는 서풀무(극단여행자에서 명명한 셔플댄스의 한국식 명칭)를 활용한 발리우드 컨셉의 단체 댄스 장면, 곳곳에 '소나기',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국내외 명작들의 패러디 장면들이 등장해 풍성한 재미를 더해준다.
 
이번에 선보이는 <십이야>의 의상은 한국 전통의 목각인형 “꼭두 인형”에서 그 이미지를 착안하여 곱고 화려한 색상의 전통의상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배우들의 신명나는 타악 라이브 연주에 관악기, 소리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음악적 풍성함을 선보인다.
 
 ‘극단여행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몸으로 풀어내는 신체극이듯 한국적 연희 판으로 완성될 이번 무대는 한국무용, 땅재주, 수벽치기, 전통 무예 등을 기본으로 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