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선 ‘북촌’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선 ‘북촌’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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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문화포럼, ‘역사·문화적 가치 인식’하고 가꿀 것 강조


도심 속의 전통한옥마을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조선시대 양반들의 거주지가 형성돼 있던 서울의 6백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지역이다.

▲ 한옥들이 즐비한 북촌한옥마을의 가회로 일부 전경
1750년대 도성도에 나와 있던 계동길, 가회로, 삼청동길, 창덕궁길 등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되는 사적들과 문화재, 민속자료 등이 있어 ‘거리의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1990년대 무분별하게 개발되기 시작한 북촌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북촌을 사랑하는 많은 민간단체 및 전문가의 적극적인 활동과 정부의 행정지원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듯 역사·문화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돼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북촌이 최근 서울시의 ‘강북구 수유동~종로구 가회로’를 연결하는 중앙간선도로 건설 계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촌문화포럼(대표 윤상구)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도로 개설과 지구계획에 따른 북촌의 미래’를 주제로 제8차 정기포럼을 열었다.

▲ 제8차 북촌문화포럼에서 정석 경원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가 북촌의 가치를 설명하며 서울시의 도로개설 계획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포럼에는 이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음을 반증하듯 북촌 주민들과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종로구의회 의원, 전문가 등도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윤상구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개발할 때 도로, 건설, 건축 등 다른 부분은 고려하면서도 ‘문화’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도로건설 계획에 대해 포괄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포럼의 기조연설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가 맡았다.
김원 대표는 연설을 통해 “북촌이 가진 문화가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라도삼 박사(서울시정개발연구원)는 “문화와 도시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를 알고 일상에서의 발견을 통해 지금의 북촌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강조하며 주제 발표를 마쳤다.

이날 포럼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인 ‘강북구 수유동~종로구 가회로’를 연결하는 중앙간선도로 건설 계획에 대한 토론에 앞서 이택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민자사업팀장이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이형술 북촌 가꾸기 회장이 이택근 서울시 교통본부 민자사업팀장에게 북촌과 관계자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택근 팀장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 단계인데 섣불리 사업에 대해 말하기에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사업은 2010년 확정시까지 사업진행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보려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택근 팀장과 함께 이형술 북촌가꾸기 회장, 정석 경원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 김경희 북촌주민(전 주한프랑스문화원 대외협력관) 등이 자리한 가운데 ‘도로 개설과 지구계획에 따른 북촌의 미래’에 대해 본격 토론이 진행됐다.

정석 교수는 “북촌은 서울이 문화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며 희망”이라며 “지금은 더 잘 가꿔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박용신 사무처장은 “근본적 문제는 중심부로 오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도로로 뒤덮어 놓고 사람들이 오면 어디를 가나. 서울시 전체를 생각했을 때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술 북촌 가꾸기 회장은 “개별, 개인,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다. 북촌의 독창적인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획을 무산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리한 주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박수를 보내며 동의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와 관계자, 주민들의 의견을 들은 이택근 서울시 교통본부 민자사업팀장은 “분명 수요가 있고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이번 도로개설 계획은 북촌 한옥마을 가꾸기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서 적극 반영하겠다.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북촌 중앙간선도로 개설 계획은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검토 결과를 가지고 한옥문화과 등의 관련부서와 협의 중에 있으며, 정확한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북촌문화포럼의 이주연 사무국장은 “5월에는 서울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획이 실행되지 않도록 시민, 전문가 등의 관련 시민단체들과 의견을 나누며 여론을 확장시켜 나가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