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 년의 힘으로 비상하라
경주, 천 년의 힘으로 비상하라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1.12.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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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역동적인 조화가 이루어지는 문화 투어

천 년의 수도 경주. 흔히 경주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경상북도 남동쪽 끝에 있는 경주는 무려 1000년 이상 신라의 수도였다. 1000년이면 겨우 600여년 역사의 수도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긴 세월이다. 그 긴 세월을 경주는 큰 전쟁 한 번 겪지 않고 천 년 동안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고이 간직해왔다. 경주는 문화재 보유율이 전국의 5.5%, 경상북도의 30%로 모두 396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발에 차이는 것이 다 유물이라서 경주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다.

▲ 양동마을 전경

유물이 아니더라도 경주는 겪으면 겪을수록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경주시 전경 그 자체로도 아름답거니와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불국사나 석굴암밖에 없고 수학여행쯤이나 가는 고루한 여행지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 실제로 경주에는 자체적으로 잘 가꾼 문화예술 콘텐츠가 넉넉하게 존재한다. 예로부터 찬란한 경지에 도달했던 신라의 연희와 조형예술. 경주에서는 그 엄청난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본격적인 연말연시, 겨울관광 시즌을 맞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주의 주목할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1984년 12월 20일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제(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반촌(班村)이다. 특이하게 경주 손(孫)씨, 여강 이(李)씨 양 가가 서로 협조하며 500여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마을은 고색창연한 조선시대 양반 가옥들과 110여 호의 초가로 이뤄져 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양반의 기와집을 낮은 지대의 초가가 에워싸고 마을의 뒷산인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산등성이가 뻗어내려 네 줄기로 갈라진 등선과 골짜기가 물(勿)자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 수백 년 된 기와집과 나지막한 토담이 이어지는 이 마을에 국보 1점을 비롯한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마을을 방문하면 신라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옛 조상들이 어떻게 철학과 실생활을 연결했는지 전통 가옥에 대한 설계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 압권이다. 또, 500여 년간 선비의 기풍을 유지해온 반촌답게 유교 전통 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마을은 경주시에서 동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 평화로운 양동마을의 모습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관광객은 이달 11일 현재 37만 명(11월 말 기준)이 다녀갔다. 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전인 2009년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100%(20만 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연계되면서 세계문화유산과 유교문화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거대한 고분 공원, 대릉원
경주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대릉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엄한 규모를 자랑한다. 총 23기의 고분, 약 12만 6,500제곱미터의 대릉원은 지나치기 쉽지만 경주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대릉원은 석굴암, 불국사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크기와 고즈넉함으로 여행객의 마음을 조용하게 사로잡는다.

신라 미추왕릉, 황남대총 등이 대릉원의 대표 고분이며 신라시대 무덤 내부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분인 천마총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천마총은 작지만 천마도를 비롯한 많은 유물이 발굴돼 유명해졌다. 황남대총에는 부부가 묻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독특한 모양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 무용극 ‘미소2’
지역마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공연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지난 8월 시작해 10월에 폐막한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110회 전회 매진이라는 성공을 달성한 ‘플라잉’도 그 좋은 예다.

▲ '미소2-신국의 땅, 신라'공연 장면

전통 무용극 ‘미소2-신국의 땅, 신라’도 충분히 경주를 대표하는 공연이 될 만하다. 경주브랜드 상설공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무용극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7시 30분에 공연되고 있다.

‘미소2’는 ‘잠들어 있던 천년 신라의 신비를 흔들어 깨우다’를 슬로건으로, 신라의 건국 신화를 비롯해 삼국통일에 이르는 신라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라의 시조 탄생과 건국, 선덕여왕, 삼국통일의 꽃 화랑들이 펼치는 꿈과 야망, 사랑 등을 내용으로 한다.

공연 내내 화려한 군무와 아름다운 선율, 변화무쌍한 조명 등이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환상적인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퓨전 형식으로 재현한 200벌이 넘는 신라 복식의 무대 의상과 소품도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 '미소-신국의 땅, 신라' 공연 장면

이 무용극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정동극장의 ‘미소-춘향연가’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 친숙한 느낌을 준다. 정동극장에서 하루 2회 공연하는 ‘미소-춘향연가’는 14년간 65만 명에게 감동을 준 대표적인 한국 전통 무용극이다.

오감만족 다양한 체험들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는 ‘신라달빛기행’이 열리고 있다. 낮에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유적을 답사하고 밤에는 불 밝힌 등을 들고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어보는 낭만적인 체험이다. 마지막에는 국악실내악단 ‘아리솔’의 공연도 제공된다.

행사는 2일 전까지는 신라문화체험장(http://www.silla.or.kr / 054-777-1950)에 미리 접수를 해야 한다. 신라문화체험장은 민간문화단체로서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금관 만들기, 탈 만들기, 와당 만들기, 한지 공예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첨성대, 대릉원 등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도 독특한 체험이다. 졸업한지 오래된 중장년층에게 경주에서의 수학여행을 재현해 아름다운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해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옛 스타일의 교복도 제공해 교복을 입고 답사를 진행할 수 있어 더욱 재밌고 색다르다. 참가 신청은 신라문화원(054-774-1950)으로 하면 되고, 30명 이상이면 가능하다.

옛 기운을 담은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신라문화원(054-774-1950)에 문의하면 월암재, 서악서원, 도봉서당, 종오정, 독락당 등에 묵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500년 이상 된 조선시대 건물들을 개축한 곳으로, 묵히고 모셔두기보다는 가꾸고 활용하는 친숙한 문화유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행 하면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특히 황남빵은 국산 팥으로 소를 넣어 만든 경주의 대표적인 먹거리. 그 외에도 찰보리빵, 밀면 등이 유명하다고 하니 음식 고민할 걱정은 없겠다.


연말연시를 맞아 찌든 일상에서 탈출해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보듬을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국의 역사도 배우고 역사 문화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 경주로 가 보는 것은 어떨까? 준비하기에 따라 약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경주는 세계여행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여행지가 되고도 남음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