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나는 이 시를 마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참 자주 읊곤 했다. 바람이 부는 날마다, 신촌에서 내가 타고 있던 버스를 타던 그 예쁜 여고생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마다 이 시를 그 여고생 마음에 적는 편지처럼 가만가만 읊조렸다. '바람 센 오늘은' 그 예쁜 여고생이 더욱 그립다. 그 여고생은 '어디메 꽃같이 숨었'을까. 지금쯤 그 어딘가에서 한 남자 아내가 되어 그때 그 여고생과 나 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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