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 청참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컬쳐칼럼] 청참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2.01.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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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또 새해가 왔다. 물론 오늘은 양력이지만 우리 전통력의 새날인 설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먼저 가신 조상과 자손이 모처럼 함께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시와 산업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에 와서 설날은 생활의 긴장감과 강박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되는 의미도 함께 지니게 된다.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고대인들은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고, 고려시대에는 설과 정월 대보름·삼짇날·팔관회·한식·단오·추석·중구·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으며,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단오·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였다.

설날의 세시풍속으로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설그림, 복조리 걸기, 야광귀 쫓기, 청참,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새 옷을 갈아입는데, 이것을 설빔이라고 한다. 이 설빔은 대보름까지 입는 것이 보통이다.

정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이 각 가정에서는 대청마루나 큰방에서 제사를 지내며, 차례를 마친 뒤 조부모·부모에게 절하고 새해 인사를 올리며, 가족끼리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하는데, 이를 세배라 한다.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설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 일가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린다.

설날에 여자는 세배를 하러 돌아다니지 않으나, 중류 이상 양반 가문의 부인들은 자기 대신으로 잘 차려입은 젊은 여종을 일가친척이나 그 밖의 관계있는 집에 보내어 새해 인사를 전갈하는데, 이때 새해 인사를 다니는 계집종을 일컬어 문안비(問安婢)라 했다 한다.

조선조 말까지의 풍속에, 설날 도화서(圖畵署·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서)에서 수성(壽星) 선녀와 직일신장(直日神將)을 그려서 임금에게 드리고, 또 서로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이를 ‘설그림(歲畵)’이라고 한다. 이는 축수(祝壽)하는 뜻을 표시하는 것이다.

설날 이른 아침 또는 섣달 그믐날 밤 자정이 지나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엮어서 만든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는 습속이 있는데, 이것을 복조리라고 한다. 이러한 풍속은 조리가 쌀을 이는 기구이므로 그해의 행운을 조리로 일어 취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해 첫새벽에 거리로 나가 방향도 없이 돌아다니다가 사람의 소리든 짐승의 소리든 처음 들리는 그 소리로써 그해 1년 중 자기의 신수를 점치는데, 이것을 청참(聽讖)이라고 한다.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해는 풍년이 들고 행운이 오며, 참새 소리나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흉년이 들고 불행이 올 조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먼 데서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풍년도 아니고 흉년도 아닌 평년작이 들고, 행운도 불행도 없이 지낸다고 한다.

오늘날 산업사회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설날 풍속을 다 기억하고 따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덕담, 나누어 먹는 풍습만은 지켜나갔으면 한다.

새해 첫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소리를 듣고 청참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