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예술’을 꿈꾸다, 국제조형디자인전
따뜻한 ‘예술’을 꿈꾸다, 국제조형디자인전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0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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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명의 국내외 작가 전시‥4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한국조형디자인학회가 주관하는 ‘2012 국제조형디자인전’이 1월 4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창의적 실험과 실용’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50여 명이 참여해 국제적 규모로 열려 더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공예’에서 더 나아간 ‘조형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세상에 내놓아 더욱 특별하다. 전시를 총 기획한 한국조형디자인학회 변청자 사무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를 주최한 한국조형디자인학회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조형디자인학회는 원래 30년 된 공예학회에요. 그런데 지금 ‘공예’ 하면 너무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전위적이라고 여기는 선입관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출발해보자고 이름을 ‘조형디자인학회’로 바꾸게 됐어요.

사실 이 전시 이전에 지난 2~3년 동안 ‘조형디자인’ 개념에 대해 학술대회도 하고 학회 내에서 논의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공예의 미래가 너무 어둡다. 지금 자리 잡은 사람들보다 후대들을 위해 공예의 장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학회 이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조형디자인’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옛날에는 미술, 디자인, 공예 등이 모두 공예(craft)라는 이름 아래 있었어요. 그 공예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화·세분화되고 순수 예술(Fine Art), 디자인 등으로 분화한 거죠.

그런데 지금 현재 순수 미술, 공예, 디자인, 모두 어렵잖아요. 왜 그럴까요? 오늘날 융·복합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공예가 여러 갈래로 분화돼 그 나름대로 가치 있게 발전해왔지만, 우리 실생활에서의 ‘가치’를 생각해봐요. 정말 근대의 산물이 우리를 행복하고 편리하게 했을까요?

조형디자인은 근본적으로는 공예예요. 기술집약적이고 어떻게든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들, 그러면서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요. 공예는 산업이면서 예술이죠. 우리 삶, 우리 물질적인 기반들, 정신적인 가치 등이 융합될 수 있는 것이 공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형디자인은 새로운 문화운동, 문화장(cultural field)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 문화의 장이 사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거라는 확신과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국제조형디자인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조형디자인 전시라는 건 크게 보면 문예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참여한 작가 분들의 면면을 보면 무형문화재처럼 아주 전통적인 기술 기반으로 하는 분들도 계시고 굉장히 전위적인 작업을 하는 분도 계시고 연배도 80년대에서 20대 후반으로 폭넓고 성향이 다 달라요. 그런데 참여한 작가 분들이 요번에 서로 작품을 보면서 재료라든가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걸 얻고 영향을 주고받더라고요. 그런 게 진짜 융합이거든요. 자신을 지키면서도 다른 것과도 교류하는 거죠.

작가가 아닌 그냥 관람하는 분들도 작품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대부분의 출품 작품에 가격표를 붙여놔서 그런 것도 있어요. 관람하는 분들이 ‘애인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결혼이 목전인데’ 등 각자의 생활에 대해 생각하면서, ‘만약 내가 돈이 얼마 있다면 뭘 살까? 뭘 선물할까?’ 이런 의문을 던질 수 있게 되죠. 저는 미술이라는 건 얼마나 옳으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으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된 작품들은 나에게 좋은 것이 뭔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공예 작품의 효용은 쓰는 사람이 정하는 거고 그게 또 작품에 참여하는 행위가 돼요. 작가들도 꼭 돈을 줘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작품이 누군가에게 아껴지고 쓸모가 있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격려가 되죠.

개막식에 온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전시부장께서도 이런 전시가 한국 미술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미술의 장을 넓고 두텁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개막식에는 참가하신 작가 분들, 미술계 원로 분들도 오시고 그랬는데 전통과 현대가,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중첩돼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앞으로 조형디자인 학회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단발성 기획은 아니고 매년 할 생각이에요. 내년부터는 또 다른 주제, 우리 시대의 화두를 가지고 전시를 하려고 해요. 5월중에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에요. 최근에는 작년 12월 국회에서 ‘창의’라는 주제로 포럼을 했었고요.

저희는 조형디자인의 활성화가 그냥 예술가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아젠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생산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좋은,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