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의 선물
잔인한 5월의 선물
  • 김숙희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
  • 승인 2009.05.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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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선물?" "'돈이요!" 아이들이 소리친다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선물문화를 가르쳐야

5월은 근로자의 날을 선두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등 가족과 연관된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화려한 봄 날씨와 다양한 축제들이 즐비하며 결혼식이 피크를 이루는 달이기도하다.

▲ 김숙희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
그래서 우리는 통칭하여 5월을 가족의 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신의 빈곤을 비유하는 T.S 엘리엇의 ‘잔인한 4월’이 ‘잔인한 5월’로 바뀌어 우리의 주변을 맴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뭐 필요한 것 없으세요? ”

“이 나이에 내가 뭐가 필요해, 아무것도 필요 없다”

아주 단호하게 답하신다. 그래도 섭섭하실까 예의상 다시 한번 묻는다.

“그래도 뭔가 필요하신 걸로 선물을 받으시면 좋잖아요?

어머니는 한참 뜸을 들이시다가 연습이라도 하신 듯 “ 굳이 그렇다면 현금이 좋겠지” 라며 말끝을 흐리신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끔 느닷없이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닌텐도, 게임 스프트웨어, 로봇 등을 꼽기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서슴없이 소리친다. ‘돈이요!’

점점 우리 사회에서 선물문화가 변질되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선물은 아예 선물 축에 끼지도 못한다. 선물은 상대방에 대한 다각적인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

선물을 선택할 때면 상대방의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게마련이다.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해야지, 그러면 어떤 용도가 좋을까, 유용하게는 쓰일까, 색은, 모양은, 싸이즈는? 등등. 생각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아져 선물 받을 사람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가 머리 속을 가득 채우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는 시절이 있었는데.......

돈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자본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종국에는 돈이라는 것은 결국은 우리 눈에 보이는 상품으로 교환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애정과 사랑의 단계가 첨가된다면 아무리 각박한 물질사회일지라도 돈보다 더한 행복이 존재하지 않을까. 최악의 외로운 사회가 다가오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선물문화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옛날, 마음을 조아리며 밤을 새워가며 기다리던 싼타할아버지의 별것 아니었던 선물이 그리워지는 5월이다.  
   
오늘 아침, 회사에 다니는 딸아이가 내게 묻는다.

“엄마, 어버이날인데 무슨 선물 해줄까? ”

“현.......”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오는 한마디를 꿀꺽 삼켜 밀어 내린다. 내가 미쳤어.

아,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차리고 반성해본다.    

김숙희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