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아까운 별이 지다. ‘아침’ 정승혜 대표
영화계 아까운 별이 지다. ‘아침’ 정승혜 대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5.18 00: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장암으로 별세, 왕의 남자 제작 등 영화계 큰 획 그어 ,영화인들 조문행렬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의  제작사 영화사 '아침' 대표인 정승혜씨가 지난 17일 향년 44세의 나이로 하늘로 떠났다.

정대표는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지난달 말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고대 안암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끝내 세상을 등졌다.

1965년 3월생인 정 대표는 1989년 2월 영화사 신씨네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영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1991년 이준익 감독이 대표인 영화사 씨네월드에 입사한 후에는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황산벌' 등을 제작했고, 영화 광고 디자인과 카피라이터로 명성을 날렸다.

정대표와 20년 지기인 이준익 감독은 "지난달 말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지만 그래도 시간이 더 남아 있는 줄 알았다.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며 울음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마지막에 의료 기기에 의존해 있는 모습을 외부에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밝혔다.이 감독은 또 "투병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지만 암이 폐 등으로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과 함께 '왕의 남자'로 1천만 관객 신화를 만들었고, 뒤이어 '라디오 스타'를 제작하며 호평을 받은 그는 2005년 영화사 아침을 차리며 제작자로 독립해 '도마뱀'과 '궁녀'를 제작했다.

그는 재기발랄한 글솜씨로 각종 매체에서 인기 기고가로 활동했으며, '정승혜의 카툰극장' 등의 책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어머니와 언니, 여동생, 남동생이 있으며 빈소는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이다.

한편 정씨의 빈소에는 수많은 영화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우석 감독,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장진 감독과 배우 안성기, 박중훈, 김윤석, 박진희, 구혜선 등이 빈소

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으며, 생전에 그의 글과 재능을 사랑했던 많은 네티즌들도 고인의 인터넷 카페에 추모의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오랜동안 친구로 지내 온 배우 박중훈은 "정 대표는 재능이 뛰어났고 '철의 여인'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그런 사람에게 왜 불행이 왔는지 이해할 수 없고 너무나 가혹하다"면서 "나와 영화계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이자 최근 연출자로서도 인정을 받은 구혜선씨는 “내 인생의 롤모델이었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오랜시간 빈소를 지키다 탈진하기도 했다.

네티즌과  그의 지인들 역시 고인의 인터넷 카페와 자신들의 블로거를 통해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 충무로에서 환한 웃음으로 활달하게 산 사람이라 너무 충격이 크다’,'다른 세상에서 못다 이룬 꿈 이루시길', '갑작스런 비보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고통없이 행복하게 사시기를', '하늘나라에서도 지금 모습처럼 항상 밝은 웃음 지으시기를 바랄께요. 잊지않을께요' 등의 글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영화사 아침 관계자는 "고인은 자신의 죽음조차 외부에 알리길 원하지 않았지만 빈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