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해외에서 부는 반한류 심상치 않다.
[기자의 눈]해외에서 부는 반한류 심상치 않다.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2.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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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치기 주연 타카오카 소스케, 블락 비ㆍ빅뱅의 반한류 함수관계

27일 문화체육관광부 강당에서 ‘재외문화홍보관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외홍보관들이 발제자로 나서면서 그동안 겪었던 해외 한류열풍과 현주소, 그리고 문제점 등을 거론했다.

이중 눈에 띈 발언은 심동섭 주 일본한국문화원장의 '일본 내 한류, 지속가능한 한류 발전‘에 관한 주제발표다. 심 원장은 “일본이 한류열풍 확산의 대표적인 예”라고 발언하면서 “현재 일본의 한류는 반한류 확산과 함께 일방적인 문화전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 원장은 “반한류 상승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2월 8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뮤직뱅크 파리 공연 합동사진. 참고로 이 공연은 두가지 의문을 남겼다. 하나는 현장에 있던 팬들이 지적한 아이돌그룹 샤이니 립싱크이며, 다른 하나는 YG의 빅뱅 뮤직뱅크 공연 취소다. 27일 국내매스컴은 "KBS 빅뱅컴백 비난보도 방영과 관련해 지난 파리 뮤직뱅크 공연전 빅뱅 소속사 YG가 출연 분량을 놓고 마찰이 있었다"고 보도해 현재 파문이 일고 있다. 출처 : twitaddons

한류열풍, 법고창신 정신 부족해..

최광식 문화부장관은 장관취임 직후부터 어느 곳에서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이야기한다. 무릇 법고창신은 “과거를 밑거름으로 해서 새로운 것을 도출해낸다”는 말이다. 서양에서 보면 ‘Respect’(존중)다. 이 단어의 라틴어 ‘respectus’의 뜻을 살펴보면, ‘되돌아 보다’ (독일어 해석 Zurückschauen’)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국내매스컴은 지난 몇 년동안 세계 온라인과 미디어를 휘젓고 다녔던 ‘한류열풍’에 대해 재점검하고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을까? 가만보면 없다. 문화부가 유일하게 27일 ‘재외문화홍보관회의’를 통해 “K-POP열풍에서 K-Culture로 바꿔보자”며 ‘해외한류전도사’(재외홍보관)들을 서울에 모아놓고 좀 더 진전된 대화창을 개최한 것이 전부다.

해외 반한류 확산 언제부터 시작됐나?

심동섭 주일본한국문화원장의 발언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직시해야 될 점은 국내매스컴도 그간 보도하길 주저했던 반한류 문제점을 정부부처인 문화부가 먼저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류열풍이 ‘반한류’로 연결된 시점은 지난 해 1월이다. 일본우파가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혐한’(嫌韓)을 앞세운 것이 빌미다. 하지만 혐한은 일본에서 늘 존재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지적된 부분은 일본우파들의 혐한발언에 동조한 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 문제다.

결국 일본의 ‘반한류’ 움직임은 지난 2011년 7월 재일조선인의 애환을 담은 일본 영화 ‘박치기’(2004)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했던 일본배우 타카오카 소스케에 의해 폭발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소스케의 트위터 글을 살펴보면 “(방송을 보면) 지금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는 기분이 나쁘다”라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일본 매스컴 주요 기사로 다뤄지면서 일본 내 연예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위 처럼 일본배우 소스케의 발언으로 촉발된 반한류 현상은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지난 몇년 동안 중국, 홍콩, 대만에서도 감지됐다. 아울러 최근 국내에서 활약중인 신예 힙합아이돌 ‘블락 비’(Block B)가 지난 1월 태국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태국 현지 수해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반한류가 이전보다 더 크게 확대된 형편이다.

현재 아이돌그룹 ‘블락비’와 관련된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 지난 23일 힙합그룹 블락비와 ‘태국 비하 발언’을 한 맴버가 삭발을 하고 사과 동영상과 기고문을 게재했음에도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고, 수많은 악플들이 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누리꾼들로부터 매 시간마다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한국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만한 ‘타국가 및 현지 주민 비하발언’이 해외에서는 대단히 심각한 오해와 분노로 확산된 경우가 그렇다. 바로 ‘인종차별’이다.

▲ 지난 19일 유투브동영상에 게재된 국내 힙합아이돌그룹 블락비 태국 인터넷매체 인터뷰 동영상 캡쳐 화면. 이 자리에서 블락비는 원숭이 흉내를 낸 것은 물론 현지 수해피해자들에게 "7천원밖에 없다"라고 발언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23일 소속사와 해당 그룹은 공개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출처 : 유투브
 가령 국내 최대 한류사이트인 ‘한류열풍사랑’(이하 한열사)이라는 다음카페는 지난 19일부터 ‘블락비 발언사태’와 관련해 당일 카페 회원들이 다음 아고라에 ‘블락비 퇴출청원’과 긴급 사과문을 올리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며 태국과 세계 누리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유랄 것도 없이 인종차별과 ‘타국가 시민비하 발언’이란 바로 ‘나치즘’과 연계된 언행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살아본 사람은 이 문제가 결코 단순 사과와 어설픈 언론플레이로 해결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시말해 ‘한열사’카페에 가입된 국내-해외 회원들이 최근까지 여러나라에 올라온 ‘블락비 발언’을 유투브와 SNS 비판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비판수위를 놓고 국내매스컴보다 더 빨리 감지한 것이다.

국내 매스컴, 무지한 걸까? 아니면 무식한 걸까?

정작 국내 매스컴은 ‘블락비 태국비하 발언’이 논란이 된 시점인 20일, 그리고 23일 블락비 사과발언직후 서서히 덮고, 엉뚱한 곳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 25일 방영된 KBS 2TV ‘연예가중계’가 대표적이다. “한류가 반한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면서 아이돌그룹 ‘빅뱅’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그렇다.

25일 방영된 연예가중계는 빅뱅 관련 보도를 무려 15분씩이나 할애하면서 주요맴버인 G드레곤의 ‘대마초흡연사건’과 대성의 ‘교통사고’를 거론하면서 ‘빅뱅 컴백, 용서받은 복귀인가`라는 내용으로 일부 시민과 언론의 ’조기컴백 부정적‘이라는 비판적 시선과 인터뷰를 덧붙여 방영했다.

하지만 연예가중계 방영 다음 날 26일 이데일리가 ‘대성 사고 유가족 대표 "합의한 것 맞다“’라는 제목으로 단독보도를 내보내면서 KBS연예가중계 빅뱅 관련 기사는 일단락 됐다. ‘아님 말고’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후유증과 의문이 남는다.   

▲ KBS 연예가중계 ‘빅뱅 컴백 시기상조’보도와 관련해 해외누리꾼들이 “사과하라”는 내용으로 트위터에서 청원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이 내용은 각 SNS에서 긴급뉴스로 업로드되고 있다. 출처 : http://twitition.com/f6n6e

현재 해외 팬들은 트위터에서 지난 25일 KBS 연예가중계의 빅뱅컴백 비판보도를 문제 삼으며, ‘KBS 빅뱅 보도 사과요구청원’(Demand an Apology from KBS for Big Bang Controvery)을 3일 전부터 진행 중이다. 게다가 현재 해당 트위터 청원은 페이스 북에서 해외 빅뱅 팬들에 의해 ‘SOS뉴스’로 긴급전송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블락비의 인종차별적인 해외 인터뷰 발언과 구설수는 넘어가고, 해외에서 케이팝의 롤모델로 평가받는 아이돌그룹 빅뱅의 컴백은 비난으로 유도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무지함은 KBS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음카페 ‘한류열풍사랑’ 회원들과 문화부가 감지한 반한류 움직임에 대해 국내 매스컴은 이분법적인 보도로 일관할 뿐, 해외 한류현장이 어떤 사정에 의해 구동되는지 보도조차 못한채 지난 몇 년동안 ‘한류열풍 확산’만 기사화했다.

덧붙여 국내 스타들의 동향과 공항패션만 집중적으로 다뤘을 뿐, 드라마, 케이팝 외에 국악, 전통공예, 한글보급 등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기사를 다루지 못했다.

가령 27일 기자가 다음포탈에서 확인한 일간지, 방송통신, 경제금융, 사회, 스포츠연예, 인터넷신문, 문화레저 부문 등 총 264개 언론사에서 보도된 지난 주 국악 관련 기사는 186건이다. 반면 같은 매체수로 확인된 ‘빅뱅 컴백’ 기사는 286건이다.

아이돌스타 컴백 관련 기사가 차지하는 매스컴 비중이 국악 전체 기사 보다 무려 100여건이 더 많다. 이는 단순 쏠림 현상으로 보기에는 어이없는 수치다.

그만큼 국내매스컴의 한국문화기사가 그 많은 인기 아이돌그룹 중 단 한 개가 일으킨 ‘스캔들’ 기사 보다 적다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법고창신’의 정신이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