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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여행칼럼] 삼국지를 가다(3)-여산수봉폭포와 여산 산정의 토끼고기
이수경 교수의 중국 강서·호남·호북성 기행
2012년 03월 28일 (수) 17:05:37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sctoday@naver.com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일주일 여행의 둘째 날에는 아침 8시에 출발을 하여 근처의 여산 주위를 돌아서 시인 이백이 20대에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한줄기 폭포를 노래했다는 [망여산 폭포]의 현장인 수봉폭포를 향했다.

   
▲여산 수봉폭포 입구의 이백 조각상

우리 일행밖에 없었기에 일찌감치 입구를 통과해 아침 산속 길을 걷다 보니 오른 쪽에 [미불]이란 서예가가 적었다는  [第一山]의 현판이 걸린 관음정이 나타난다. 마침 서예와 한시와 해박하신 몇 분이 동행을 해서 우리에게 그 설명을 해 주신다.

   
▲여산 수봉폭포 입구의 이백 조각상

일행은 관음정을 나와서 이백 및 여러 시인의 시가 적혀진 광장을 지나, 아침 찬기운이 내려앉은 숲길을 올라갔다. 오른 쪽의 자그마한 용담 폭포와 청옥 협경구라는 경치를 즐기는 곳과는 반대의 산길을 조금 올라가니 젊은 여자 직원 한 두명이 보인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산정의 이백이 노래한 곳까지 오른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갔더니, 이날 따라 바람도 세고 코트를 입었어도 추위가 뼈까지 시려오는 날씨(도쿄의 따스한 날씨에 익숙해진 필자에겐 그렇게 느껴졌다)였다. 게다가  버스같은 실내 공간에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스키장에서 타는 2인용 의자의스키 리프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바람막이도 없다. 그래도 조금만 올라가면 되겠지, 연로하신 분들이 많으시니 설마 힘든 곳은 아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필자는 혼자 리프트에 올라 탔다.

물론 내가 3.11 대지진 이후 고소공포증이 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극기 훈련으로 삼고 혼자 탔건만 리프트로 오르는 그 거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30분 가까운 시간을 천천히 높은 산과 계곡을 가로질러 오르는데, 까마득한 계곡 사이를 잇는 로프 하나에 매달려있는 꼴에다, 심하게 바람이 불고, 사방으로 탁 트인 공중에 계곡의 안개조차 나타나서 나를 뒤흔드니, 작년의 대지진 이후로 필자는 또 뭔가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었다.일행 중에는 그것이 스릴있고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무사히 건강하게 안전한 장소로 돌아왔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작년의 도쿄 대지진을 39층의 고무처럼 흔들리는 빌딩에서 경험했고, 옆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마지막을 각오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이 되살아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는 리프트 속에서 찬바람으로 인해 떨려오는 몸을 조정하기 위해 리프트 가운데서 양쪽 손잡이 막대 봉을 양쪽 팔로 힘껏 잡고 체중으로 리프트를 조정하려고 신경을 썼다. 가벼운 체중이 결코 아니건만 자연의 힘 앞에선 휘날리는 나약한 생명체에 불과하였다.

   
▲안개와 바람에 흔들리는 리프트로 올라가는 수봉폭포

추위와 바람과 안개만 없었어도 장관 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를 조금은 즐길 수 있었을테지만 이미 흔들거리는 리프트와 추위로 불안한 심리는 고조되어 빨리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도착 장소는 원망스러울만치 멀었다. 패닉 상태로 될 뻔한 상황인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래가 계곡에 울려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옆자리에 탔던 유시경씨가 너무 겁을 내기에 배려심 많은 오길순 단장이 미성을 발휘하여 노래를 하셨다고 한다.

극한 상황에서는포기를 하고 현실의 흐름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은 익히 아는 바, 그래도 그 바람부는 산골짜기를 스키 리프트로 가건만, 사전 정보도 안 주고 선택의 여지도 없이 만든 불친절이 은근히 야속도 했다. 물론 모르니까 갈 수 있었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기에 그런 모험이 추억으로 남았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 수봉 폭포는 일반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데다몇 년 전에 한국 문인들을 안내해서 자신도 처음 오고나서는 이번이 두번 째라고 한다. 그런데, 그 한국 문인 단체는 산에는 오르지 않고 입구에서 술만 마시고 갔기에 자신도 이렇게 험난하고 긴 코스인 줄 몰랐다고 한다. 참가 멤버 중에선 비교적 젊은 층인 필자가 이토록 힘든데 다른 연로하신 분들이 패닉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앞의 리프트에 타신 미국에서 참가하신 이영묵씨의 모자가 공중을 날아서 계곡으로 사라진다. 자칫 움직이면 큰일날 상황이었는데 판단을 잘 하셔서 가만히 참고 계셨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몇 개 넘자니 웅대한 산이 다가온다. 그 바위 산의 절벽 가운데에 하얀 폭포 줄기가마치 신선의 긴 수염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秀峯폭포이다. 다행히도 폭포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산꼭대기까지는 오르지 않고, 이백이 시를 읊었다는 그의 동상이 놓여진 곳에 우리는 내렸다. 나중에 같이 간 일행중에 그 꼭대기까지 가보고 싶었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시 필자로서는 수봉폭포에 대한 모험은 중간 지점으로 충분했다.

   
▲여산 수봉폭포와 이백의 석상 앞에서...

이백의 동상 옆에서 휘날리는 수봉 폭포의 물줄기와 주위 기암 절벽의 경관과 어우러졌던 청년 시인 이백의 낭만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고선, 다시 리프트를 타고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막막하여, 어느 지역의 부지사를 역임하였고 지금은 모 대학 석좌교수를 하신다는 분과 함께 리프트를 탔다. 내려오는 도중에 리프트가 공중에 멈춘 섬뜩한 순간도 있었지만 옆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훨씬 불안감이 덜했다. 필자가 유난히도 민감했는지 모르지만, 살아서 돌아왔다는 기분조차 들어서 그 뒤에 동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 가족처럼 애틋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혹시 독자들 중에서 여산의 수봉 폭포를 갈 기회가 있다면(스릴을 만끽하려는 사람에겐 좋을 듯하다) 바람 불고 추운 계절은 피하는게 좋겠고,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기에 고소/폐소 공포증이나 패닉/과호흡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가급적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심신의 여유가 되어야 그 경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봉 폭포 리프트를 타며 본의 아닌 모험을 끝낸 우리 일행은 나름대로의 감상을 토로하며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오던 길과 반대쪽으로 한참을 달려서 여산 관광 코스 입구에 갔더니 여기서부터는 큰 관광버스는 못 들어가기에 마이크로 버스로 나눠서 타고 가야한다고 한다. 게다가 어른 1인 180원(한화 약 36,000원)의 입장료를 낸다고 한다. 유명한 장가계의 입장료가 약 10만원에다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일반 중국인의 수입으로는 상당히 비싼 입장료이다. 아마도 관광지 개발 인프라 투자비용을 외국인 관광객 및 관광을 즐기려는 여유있는 중국인에게서 수입을 얻어서 메꾸고, 관리 유지 예산을 자치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이 점은 다른 나라와 다른 중국적 제도라 할 수 있다. 최근의 건축 개발 붐과 더불어 각종 투자 바람으로 수익을 보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부유층이 형성되어졌고, 13억의 인구에 비례한 소비 문화가 생겨나면서 지구촌 각지에서 중국 관광객 확보가 관광전략의 하나로 되고 있을 정도니 돈 많은 중국인에게는 그다지 비싼 입장료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복지 제도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인권 및 환경 문제 등 많은 사회적 과제를 가진 중국이기에 시골에서 도시로 온 농민공(이 용어는 차별어라고 해서 다른 용어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의 생활 및 교육실태나 농촌 산골 등의 비개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환경은 도시 시민층과는 현저한 격차 문제를 낳고 있다.

   
▲미려산장

그런 사회의 실태를 염두에 두면서, 눈 앞에 다가오는 아름다운 여산의 눈꽃이 펼쳐진 계곡의 정경에 젖으며 30분 이상을 버스로 이동 후, 산정의 식당에 준비된 점심 식사를 마쳤다. 그 지방의 토속적이고 소박한 음식에다 우리 일행을 배려한 양념이 반가웠지만 아직 추운데도 히터나 난로 등의 난방시설이 없어서 추웠다. 추위 속의 여산 산정에서 특히 기억나는 음식은 토끼고기꼬치였다. 기름으로 튀겨놓은 짭짤한 요리였는데, 진미 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여산의 산정에서 먹는 소박한 음식에 순간 우리가 마치 양산박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미려산장에서 바라본 여산의 눈꽃으로 덮인 절경

강서성이나 호북, 호남성의 음식에는 다양한 야채 요리가 많았고, 일행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는데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반갑게 음식을 먹었다.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부식을 갖고 오신 분들 덕분에 깻잎이나 마늘장아찌, 맛김, 고추장, 커피등을 맛볼 수 있었고, 같은 음식 문화를 공감하며 챙겨주는 멤버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런 단체 여행도 처음이었거니와 한국 음식을 나눠먹으며 다니니 왠지 가족 여행같은 기분도 들었다.

   
▲여산 산정의 토끼고기 꼬치

필자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전념기간을 보냈던 1년전, 네델란드로 차를 몰고 떠났다가 벨기에의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 휴계소에서 요리를 잘하는 어느 여교수가 마련해 온 우리 음식을 감개무량하게 먹으며 헤이그의 이준 열사를 논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세계 각국의 독자적 음식 문화는 간단히 국경을 넘어서 소개되고 있고, 어디서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한국 요리를 맛깔나게 잘 만드시는 어머니 음식으로 자란 필자가 일본이란 이국땅에서 4반세기를 살고 있기에 한국 음식에 대한 집착 애착은 각별하다.필자의 지인들은 이 나이의 필자가 지독히도 한국 음식 타령만 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음식이 중요한 삶의 요소이자 활력소임을 느낀다.

80년대에 교토에 도착해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했던 그 시절, 어머니가 해 주시던 아귀찜이나 산채요리들과 가족 생각이 나서 울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사카의 츠루하시(한인타운)도 몰랐던 시기라서 오로지 국수와 과일로 한달 남짓을 지낸 적이 있기에 한류 문화 보급으로 다양한 한국 음식을 일본 각지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요즘은 한국의 모 유명 막걸리 회사가 만든 일본의 한국식당에서 아귀찜도 맛볼 수 있다. 물론 냉동 제품을공수하는 탓인지 본토에서 먹는 맛과는 다르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점포에 따라서는 산낚지나 삼겹살, 닭요리 등이 한국에서 먹는 만큼 맛있다.

아직도 개선할 점이야 많지만,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의 일본 생활은 정말 편해졌다. 매운 음식을 땀흘려 먹고선 [시원하다!!!]는 우리식 감탄사를 느끼게끔 만드는 모든 음식에 행복을 느끼는 필자로서는 이번 여행에선 매콤한 요리도 많아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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