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위기, 수요ㆍ공급만 보는 정부ㆍ시장만능주의가 문제
한류위기, 수요ㆍ공급만 보는 정부ㆍ시장만능주의가 문제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4.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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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기 소르망, 이참, 송승환 등 국내외 석학ㆍ 전문가 비판 쏟아내

2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세계경제연구소(원장 남종현) 주최 ‘문화 경제 한류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로부터 한류열풍의 현주소와 위기, 그리고 한국문화 발전방안을 놓고 과감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 파리정치대학교 기 소르망 교수가 20일 세계경제연구소 주최 한류세미나에서 한류문화와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체성 없는 슬로건으로 정책은 실종되고, 글로벌문화로 자리잡은 K-POP외에 한국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실패했다"며 실날하게 지적했다.

 

기 소르망 교수, “정부주도 엉성한 문화홍보, 한류 걸림돌”

프랑스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하이 서울’, ‘다이나믹 코리아‘같은 정체성 없는 구호가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한국전통문화재가 한류문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열쇠”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소르망 교수는 또한 “정부주도의 한류홍보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다 상징성도 결여돼있다”고 지적하고 “프랑스 하면 고급향수가 연상되고, 독일 하면 고급자동차가 생각나듯이 한국도 자국문명과 연계된 높은 수준의 문화상품이 필요하지만 전통산업은 무시되고 정관계의 피나는 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광식 문화부장관도 축사에서 “한류1.0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영화열풍이었다면, 한류2.0은 2~3년 전부터 유행하는 K-POP”이라고 설명하고, “한류는 세계 각국에 있는 여성 팬들의 호응으로 나타난 결과로서 반대급부로 나타난 혐한류와 인기하락도 염려된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아울러 “문화를 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창조, 공유가 같이되는 한국 국악과 전통산업을 기반으로 한 한류3.0시대를 열어야한다”면서 “앞으로 문화부와 민관합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어 가자”고 말했다.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은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욕구를 등한시하는 공급을 포함한 시장경제는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류문화의 경제효과는 직접적인 시장가치가 아니라, ‘생명가치’가 기반”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생산중심사회에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조인력양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왼쪽 단상)이 한류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동안 최광식 문화부장관(맨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이날 축사에서 최광식 장관도 한류문화의 한계를 지적하며, "다양한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부 순서에서는 이참 관광공사 사장과 송승환 뮤지컬협회 회장의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먼저 한국관광공사 이참 대표는 얼마 전 만난 캐나다 가족들을 소개하면서 “서울을 찾아온 캐나다 가족들에게 ‘왜 한국을 방문했냐?’ 라고 묻자, 자기 아들이 빅뱅 팬이 되고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이 캐나다 가족은 이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참 대표는 “이 같은 에피소드에서 알듯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면 한류에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를 투 트렉으로 접근해 보면 하나는 한류를 더 개방적이고 전문적인 마케팅전략으로 접근해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문명 아이덴티티 형성으로서 이를 위해 문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승환, “개인적인 창작열의와 신바람으로 일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은 배우 송승환 한국뮤지컬협회 회장 겸 PMC대표다. 그는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한류는 물론이고 문화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을 비판했다.

송 대표는 “한류가 왜 생겼을까? 이를 설명하려면 문화종사자와 문화체육관광부만 이곳에 오지 말고 기획재정부 같은 예산집행을 담당하는 분들도 왔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면서 “올 해 문화부 예산이 전체국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 3조6천억 원에 불과하다”며 ‘OECD국가중 꼴찌’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류의 시작은 경제논리’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망하지 않으려고 자본회수가 안되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일본과 미국으로 진출했다. 한류는 경제적인 논리로 출발했다”고 밝히며 국내 시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송 대표는 타개책으로 일본을 예로 설명했다. “(일본은) 내수시장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큼의 문화수요층이 존재된 반면 한국은 그게 없다”고 지적하며 “문화를 공짜로 소비하려고 하니까. 내수시장이 탄탄할 수가 없고, 발전도 없다”며 전반적인 문화인식수준을 꼬집었다.

 

▲ 오후 1시30분까지 이어진 한류문화세미나에서 송승환 PMC대표(맨왼쪽)는 '한류문화는 경제논리'라고 말하고, "신바람나는 문화공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른쪽 두번째 이참 관광공사 사장도 '한류확산은 다양한 지원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특히 송승환 대표는 문화정책과 관련해 문화부 각 부서, 기획재정부, 국회예결심의를 받고자 여야의원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를 두고 그는 “적은 예산에 앞서 설명한 숱한 과정들이 문화정책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